곽경효   

대합탕을 끓인다
날선 칼을 들이대도 꿈쩍 않던 몸이
한순간 허욕의 불길 앞에 쩍-
제 속을 다 보여준다
단숨에 풀어버리는 몸의 결박
소통이란 저토록 쉬운 것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고
세상을 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몸에 집착했으므로
어느 것에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차라리 거짓말 같은 희망을
쾅쾅 내리쳐 부수고 싶었을 뿐
모래알처럼 바스락거리는
불면의 밤이 몇 번
또 슬픔에 매달려 한나절

어느 사이 사막의 바람처럼
더운 체온이 나를 훑고 지나간다
갇혀 있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서
허공에 날려 보낸다

한 조각의 뼈도 남지 않은 내 속살,
 

뱀발.  2008 대전충남시선 제5집 [그의 본능은 푸른 빛이다] 에서. 나도 너도, 나-너도 너-나도 서투르다. 어쩌면 그렇게 몸의 결박을 풀어버리려면, 그것은 감당할 수 없는 뜨거움인가?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인가? 슬픔일까? 점점 더 이가 부딪치도록 닫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미 그것을 넘어서는 일일까? 어제 오늘 시선집을 보다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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