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운전대를 잡은 그가 말한다. 설연휴, 고삼인 아들이 그랬단다. 제 앞길 제가 알아서할테니 신경쓰지 마시라구. 어쩔 수 없이 가슴은 자꾸 타들어가는가보다. 공부하란 소리를 하지 않으니 더 신경쓰인다구. 둘째 녀석은 미국 보내달라구 한단다. "나를 팔아 가져라."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너무도 단순하고 명료하다. 부모님들이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키웠는지 존경스럽다구. 하나둘도 벅찬 세상. 어떻게 그렇게 길러냈는지 설에 올라가 존경스럽습니다라구 말씀드렸단다. 그러면서 송광호가 나오는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린다. 기러기아빠인 송광호가 건네온 가족의 영상비디오를 보면서 라면그릇을 엎어버리고 엉엉우는 장면. 그리고 그 슬픔을 견디며 주워담는 장면을 보고 울컥거렸다 한다. 형편만 되면, 이땅을 떠나버리고 싶다한다. 형편만 되면. 어찌 세상은 그렇게 싫어하는 꼴만 담아가는지 하구 말이다.

동갑내기인 그다. 일류대를 나오건 중소기업사장이든 아니든, 장사를 하든 그렇지 않든 세상은 공평해졌다. 그 불안의 바다에 누구든 툭 던져질 수 있다. 나도 너도 가리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건 하지 못하건, 돈이 많건 적건간에 어느 순간 그 회오리에 말려들지 않을 제간이 점점 없어져간다.

이미 지옥도의 한가운데 우리는 서 있는지도 모른다. 룰렛게임 가운데 단지 그 총알이 빗겨나갔을 뿐. 시간의 함수에 예외는 점점 줄어든다. 더구나 이땅에선.

하지만. 그 절감 앞에 닿는 절절함은 그 공포를 외면하고 싶다는 즉자적인 반응밖에 가져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늘 혼자였으므로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으므로 늘 정답은 "떠나야 되는데"이다. 이짓을 그만둬야 하는데이다. 이 사회는 절해고도의 독백만을 들려주므로.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인줄 버젓이 알면서도 혼자"나"는 선택할 것이 하나도 없다. 하나도.

 
     


뱀발.  

090130 금요일 흔적을 남기다만채로 일터를 나섰다. 역앞. 한시간 반정도 시간이 남는다. 핑계삼아 근대사모임 분들 인사도 드릴겸해서 올라간다. 기다리는 역풍경은 노숙인들, 복제품처럼 진한 화장 고대머리의 청소년여학생남학생들. 가끔 깍둑한 인사와 억양이 남도끝임을 확인해준다. 뒤풀이 자리에서 이곳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앎을 체화시키는 방식도 특색있는 아***분들의 정보들이 화려하여 주워담기에도 벅찬 듯 싶다. 근대사모임이 삶의 결에 녹아나야하며 어른이 아니라, 어른이가 아니라 청소년들과 교감의 진폭도 고려해야한 한다는 이야기들이 녹는다. 역사의 강물의 한지점에 대한 해석, 관점이 하나의 틀로 고정되면, 그 풍부함, 관점의 다양함에서 나오는 풍부함을 볼 수 있는데, 그점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하는 질문의 패턴에 대한 물음과 답도 나눈다. 

물음과 고민에 다다른 지점. 그 곳을 보는 다른 시선. 조급한 답과 해설이 아니라 엇갈리는 관점과 시선의 깊이가 그것에 현실의 맥락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처리했던 것은 아닐까? 품거나 삶에 녹일 다른 온기,때, 장소,기간을 요구했던 것은 아닐까? 해설하고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지도 않은 방향의 관점이나 시선이 그 고민을 현실의 해결책으로 조금 진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절망도. 판에 박히지 않은 왜-어떻게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090131 참*분들과 함께 자리를 하다. 오랫만에 재*을 볼 수 있어 반가웠고 생각의 결을 볼 수 있어 더 좋다 싶다. 용산관련 집회참석하고난 뒤 서울서 내려온 임**,김** 두분도 뵙다가 느즈막히 불뿜는 논쟁과 생각들이 마음에 걸린다.  주체도, 지방이 식민지다. 분권이 혁명이다. 그렇게 서울로 의탁하는 서울병이 몸에 붙어있는 것은 아닌가? 땅위에 자라는 과실만 보는 것은 아닌가? 있는 그자리에서 뿌리를 더욱 깊게내리는 양방향이 외려 좋은 것은 아닌가? 다양한 틀과 형식. 그리고 거품이 꺼진 경제의 쓰나미가 몰려옴에도, 당해봐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마조히즘의 논리는 현실에서 별반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이야기하면서도 느끼는 현실의 파고가, 여름과 가을의 체감이 두렵다. 실직과 해직과 현실고로 이어질 이런저런 사회면, 현실이 말이다. 

절망의 막다른 골목에서 외치는 이민가고 싶다와 나만의 예외라는 내자식만은 예외로 키우자는 *나라당 골수팬의 불안은 현실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그 지점에서 활동이- 운동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세밀하고 다른 삶의 결들을 꿈꾸어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민이 아니라, 내자식이라도 보내고 싶다가 아니라, 이 절망에서 생각해봄직한 선택지에 대해, 그 선택지가 안주상에 나올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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