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장사를 그만두고 일없이 지낸지가 아마 한 사년쯤 되었을것이다. 백수인 동갑내기 손윗동서와 오랫만에 처가에서 양주한병을 비웠다. 담배 한모금에 내리쬐이는 햇살은 곱고 따사롭다. 술기운이 그렇게 햇살에 약한 줄은 몰랐다. 소담스럽게 쌓인 눈을 한웅큼 집어 꼭꼭 다져 본다. 세상은 그렇게 다져져 헷갈리지 않는다. 세상을 던져본다.
자형은 아마 삼사개월은 되었을 것이다. 일을 놓고 막막함에 생기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겠지만 청하는 잠은 잠이 아닐 것이다. 좋아하는 운동마저 잃은 것은 아닐까 마음만 고생이다. 작은어머니를 잠깐 뵈었다. 엘리베이터를 닫는 찰라의 얼굴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 틈을 타고 들어오는 고통의 숨결을, 삶의 고통을 닫으려해도 닫을 수 없다.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이 지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사실.
조금전 이런저런 잡기를 끄적이다. 저장을 채 못하여 기억을 보내버린다. 선명히 남아있지만 상기할지도 모른다는 아련함이 불쑥 그 자리를 채운다. 차가움과 따듯함. 그 둘을 편가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막막함을 나눌 엄두도 내지 못하고 벙어리처럼 변죽만 부리다가, 딴청만 부리다가 돌아오는 것이 일상은 아닐텐데. 하면서도 마음 한점 못내밀고 돌아온다. 벙어리처럼... ...
어쩌면 어르신들이 늘 겪던 삶의 결들을 새삼스레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다. 상가에 들르고 온기처럼 퍼지는 마음들을 따듯하게 담고온다. 그 따사로운 포옹의 온기들을 담고 온다. 바지런을 떨자. 바지런을. 이러면 안되지 아마추어같이. 장사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 그 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