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면 우린 막다른 지점에 서면, 그것을 안고 가야한다거나 어쩔 수 없다고 하는지도 몰라 그래서 속울음을 삼키며 가슴 깊숙히 인두질을 그렇게 남기는지도 몰라. 그리고 그것이 아마 내탓일 것이라고 자학을 하는지도 몰라. 그렇게 마음 속에 막다른 길을 내는 연습이란... 어쩔 수 없음이란...
2. 그래서 그 속을, 그 절망이나 그 상처를, 그 고민을 뒤짚어본다고,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으므로 그것을 뒤짚는다고 생각해봐. 내고민이 아니라고, 내상처만이 아니라고, 내아픔만이 아니라고 그렇게 좌판을 벌려놓는거야.
3. 그 막다른 지점을 터뜨려보는거야. 고민을 팝콘이나 꽃인 것처럼. 고민꽃이라고 해보는 거야. 고민은 처리하고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보는거야. 그렇게 생각해봐야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으므로 말이야. 그 고민을, 그 상처를 커밍아웃해보는 거야. 더 나빠질 것이 없으므로
4. 그래. 그 고민이 터지는 지점을 슬로-우--우 비-디-오로 누구나 볼 수 있게 해보는거야. 왜냐구 더 이상나빠질게 없으므로. 그렇게 꽃을 피우는거야 누구나 볼 수 있게 커밍아웃을 해보는거야. 안된다구. 막다른 골목길이었다구 말하지 말구. 늘 혼자 그 길을 갔으므로 절벽을 만났다고 해보는거야. 왜냐구 더 이상 손해볼길이 없잖아.
5. 아마. 그 길에 접어들면, 나의 버릇처럼 잠복근무중인 그것이, 나만이 아파한다고 착각하던 것에 조그마한 틈이 보일지 몰라. 아마 아마 미세한 현미경으로 봐야할 것 같은 금이 보일지도 몰라. 들여다보면 볼 수록 금이 커지고 틈이 벌어지고 넓어져 아마, 어쩌면 그 사이로 꽃들의 암술과 수술이 당신의 얼굴로 화악 달아오르게 할지몰라. 그 꽃을 피하지말고, 그 선물을 피하지 말고 가슴으로 안아봐.
6. 이쁜 말, 예쁜 말, 하고싶은 것, 얻고싶은 것도 좋지만 그 버릇때문에 이렇게 망가진 것인지도 몰라. 그 예쁜 말, 얻고 싶은 것으로 칭칭감겨 한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질만 쳤는지 몰라. 이해바라고 내맘 알아주길 바라는 것으로 온통 나만을 너만을 수놓아 당신의 눈망울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는지 몰라. 인형같은 서로를 스친 것인지도 몰라. 외면을 너무도 많이 연습해서 이런지도 몰라. 또 그렇게 이해를 구하기만 하고, 고민을 뿌려놓기만 하구.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고 한탄만하다가 하루를 보내는지 몰라.
7. 아픔이 머무는 곳, 슬픔이 배여나는 곳, 고민에 숨막히는 지점. 상처가 덧나는 지점에서 꽃이 핀다구.....불감의 치유란 그렇게 시작되는지도 몰라. 고민꽃, 상처꽃, 아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