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은 익고, 바람도 향이나는데 마음은 답답하고 시원찮다. 뿌리도 못내리고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는 아닌가 싶다. 속마음을 터놓으면 얼른 그 자리를 가로채기하는 다른 마음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헛헛한 맘이 자리를 밀치고 들어앉은 것은 아닌지! 새 딸내미의 또다른 행적이 잡히고, 허둥대는 안해의 마음들도 생각을 돌리면 잡힌다. 아이들도 전처럼 평온하거나 안정된 느낌보다는 약간 들뜬 모습들이 섞여 보인다.
2.
훌륭한 샘들로부터 문의 초입에 들어간 앎도 세세하고 예민해지지 못한다. 바쁨인지? 신경이 예민해지지 못함인지? 열정이 부족한 것인지? 추상의 흔적은 구체의 잔뿌리들로 연결되지 못한다. 막연한 추상에 막혀 구체로 들어가면 지레 겁을 먹는 것은 아닌지? 그 연유가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추상에 막혀있다. 어쩌면 문외의 무지. 문턱에 걸려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문안으로 들어선 생각의 착각이 마치 그런 태를 내는지도 모르겠다.
3.
일터. 편안히 놓지 못하고 애써 연결시키는 연유일까? 슬그머니 자리차지 하거나, 아니면 마음 속에 곰곰히 넣다 불편하여 몇달 뱉어버린 연유일까? 의도하는 바깥 친구들과 자리를 가지면서 오히려 의도하지 않는 번외의 열매를 얻기는 한다. 하지만 마음길들이 제각기 모이지 않는다. 마음 갈래길을 모으는 렌즈가 있어 한점으로 태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생각 역시 혼자 생각일 뿐인 것은 아닌지? 품어온 박자나 호흡, 패턴. 리듬에 다른 음색을 섞기도 모으기도 힘들다. 모으려고 하지도 않지만 마음은 은연중에 이렇게 표현하게 된다. 의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맞겠다. 이번달도 어김없이 큰 건이 있다. 한달에 한 두번 대면을 해야하니 긴장이 만만치 않다. 하는 일은 없지만서도.
4.
호젓한 소풍 한번 다녀오지 못한다. 아무래도 산행을 즐겨야 할 것 같은데, 몸은 그 갈증에 애가 타는 것은 아닌지? 비축해둔 체력이 없어 마음의 짬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하루 심히 썼다. 체력의 여백도 없이 분위기의 만찬을 넘 즐겼다 싶다. 그러고보니 주말없이 지낸 나날이 많다. 누적피로도 한 몫이겠다.
5.
곰곰 짚어보니 서로가 한통속은 아닐까. 한 매듭. 추스리고 한 매듭. 삶의 뿌리에 대한 생각. 세상의 틀에 끼워넣지 말고 벗어난 사유들도 불쑥 들어서고 마음들이 이것저것 이질적인 것들로 들쭉날쭉하다. 몸을 넓히거나 마음을 넓히거나 가슴을 더 뜨겁게하거나 생각이나 삶들이 더 너나들이 하거나... ... 1번을 가져오거나, 2번을 5번에 녹히거나, 3을 1번을 거쳐 5로 오거나 4를 5를 거쳐 1로 가져가거나 또 다시 5로 만들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