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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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즘. 방자해지는 기운이다. 읽는 것보다 정리하거나 생각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 읽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인지? 읽은 것을 새겨두어 깊이를 더해야 하는 것인지 헛갈린다. 읽어야 할 것들을 읽어내야하는 것인지도 헷갈리기는 매한가지다. 이것저것 활자와 그림이 섞여 생각코 사이를 돌아다니며 얼키고 섥킨다. 얕은 단어의 기억은 가물한데 생각자락만 웃자란 벼가운데 피처럼 잔뜩이다. 늘 [마음 만듦]의 경계는 겨울을 닮아가는 가을햇살과 달리 깊게 드리우지 못한다. 목표할당처럼 여운이 깊게 드리우지 못하니 마음도 움직임도 바뀌는 것도 없다.

4.

주말 전통공연의 형식에 대한 고민을 닮은 글들을 보다나니 저자가 지금을 뚫고나갈 형식에 대한 숙고를 거듭하고 있음을 읽는다. - 속도에 취한 시대엔 느린 속도로 보이거나 만들어지는 공간들은 결코 보이지 않는다. 시대를 허투루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속도에 취한 사람들이기에 더 더욱 느린 목소리나 행동들은 낡은 비디오 돌아가는 듯이 지지직거릴 뿐이다. 그것을 잡아낸다면, 주부의 걷는 속도와 말하는 속도로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허투루를 [허투루]라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속도에선 스쳐갈 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2) - 이런 숙고가 배여있는 것일까? 다른 것들을 모두 숨을 죽여놓은 채 [판소리]만 돋을 새김을 한 것은 아닐까?

5.

[음]에 대한 관심이 잦아지는 나날. 음치인, 늘 음의 밖에 서있는 혼자가 각박함이 어려움이란 풍경이 다가서야 뱉어내거나 귀고픈 [음]들. 그것들에 대한 관심이 서성거린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거듭거듭한 뒤. 숙성하고 숙성한 뒤.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된 다음에 비로소 종이에 적는다.]란 베토벤. 그 건축과 언어들의 자락. 머언 발치에서 [음]의 발성법을 듣는다. 각박함이나 어려움이나 여려지는 바람같은 풍경들이 마음을 스며야 그 곡들을 찾을까?

6.

[화첩기행]을 보다 박인환 이응로 윤이상 전혜린 김염 이난영 최승희를 접한다. [화첩기행] 속엔 글솜씨와 기행과 아픔들이 접혀접혀 있다 싶다. 펼칠수록 아련하고 사람의 이력을 느끼지 못하면 작품도 지나갈 뿐 마음에 접히지 않는다는 표현을 써도 되는 것일까? 최승희 김명환 이응로 윤이상 우리의 잃어버린 근대는 이토록 아련한 것일까? 나혜석. 검은색으로 빨간색으로 폐색되어 볼 수 없던 근대의 자취들에 울컥거린다.  울컥거리다 그들을 위해 마음의 제라도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7.

알랑 드 [보통]의 행보칸 건축을 마르고 건조한 느티나무의 바람 아래서 읽다. 설왕설래가 많은 친구라 주변 평들을 애써 피해가며 본다. 보여도 보지 않고 그를 읽는다. 나이도 어린 것이 만만치가 않다. 중간에 마음의 항복을 선언한다. 마음의 금을 푼다. 해금이다. 말을 거는 건축이라는 대목. 그의 부드러운 강요와 설득에 뒤섞이다보니 몇장 책소절을 넘기지도 않았는데 넘어갔다. 낚였다. 왜 우리는 은근슬쩍하지 못하는 것인가? 누군가가 그랬던 것 같다. 좌파엔 왜 이런 친구들이 없는 것이냐구. 왜 은근하지도 슬쩍하지도  강요와 설득에 부드러움 따위를 섞지 못하는 것이냐구. 그러고 보니 x축에 좌-우나 그려놓고, y축도 두지 않거나 z축이란 공간도 두지 않는 것이 우리좌파이거나, y축도 두려하는 것이 명랑좌파이거나, z축도 두려하는 것이 생활좌파라는 잡생각만 자란다 싶다. [보통]이 아니라 늘 우리란 모둠은 [특별]하다. 그래서 늘 [특별]이 문제다. [보통]이 저리 슬쩍은근 너머오는데도 말이다. 1)

8.

버릇. 을 만들려고 한다. 기억력이 1초라.(음 명박수준이군) 가변메모리가 아니라 고정메모리를 확장해야겠다 싶다. 기록방법을 바꾸기로 해본다. 키워드만 나열해본다. 마음에 두고 보고 보고잡고 싶도록 사모하는 그(녀)를 사춘기 애인이름쓰듯. 눈길을 줘 보기로 한다. 하드가 튼튼해진다면. 늘 같은 단어만 쓰는 -마음아픔가슴몸앎삶만듦..ㅁ의 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 생활용어를 늘려보려고 한다. 아마 내 잎에서 10자이상의 외래어가 범람할지도 모른다.

뱀발. 모임이 잦다. 술도이야기도 잦다. 책은 뜸하다. 손쉬운 것으로 두었더니 활자보다 그림-느낌들의 잔영이 깊다. 고로 마음도 편치 못하다. [태그]같은 짓은 이것으로 마무리. 지송.미안요.

1) 진보넷 hongsili님 글이었군요. 링크주소 blog.jinbo.net/hongsili/

2) 081014 참*운*위 어은 주부님들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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