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낙서들을 모아달란 말에 불쑥 시간을 응축시켜 지난 오년쯤을 돌이키다보니, 가끔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때는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나란 놈이 기분에 취해 토악질해내는 버릇에다 얇은 생각에 자기색깔을 더해 대체 남들에게로 스며들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나로부터 생긴 생각은 없는데도, 출처를 혼자 향유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너로부터 너로부터 넘어온 것인데 자꾸 나의 색만 고집한다 싶다. 어줍짢고 건들거리려는 자아만 삐죽삐죽 솟는 것은 아닌지 싶다. 건들거리는 자아에 사로잡혀 늘 마음씀씀이가 옹색하다. 흔들리는 자아만 채우려고 안달해서 다른 나(남)의 마음들이 스며들 공간조차 없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의 대부분이 너로 채워졌음에도 애써 나란 경계를 두어 그 마음들엔 무관심하고, 아니 애초에 그 마음들을 분서갱유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공부

앎이라는 것이 머리에서만 서걱거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스며드는 공부. 공부하려하지 말고 느끼려하는 일. 역사가 몸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일. 시간의 함수에 열어두는 일. 나란 공간을 가랑비같은 역사의 시간과 활자에 가슴으로 녹이는 일. 한몸으로 근대를 껴안는 일. 제발 머리에 서걱거리지 않게 하는 일. 읽지말 것. 알려하지말 것. 몸을 공간에 가지런히 놓고 말의 씨앗, 역사의 슬픔, 아픔을 그대로 배이게 하는 일. 그 바람결에 나를 맡기는 일. 몸으로 느끼는 일. 몸으로 아는 일. 나를 너에게 섞는 일. 너를 나로 받아들이는 일. 나를 없애는 일. 081002 근대사 세미나와 뒤풀이 

 

다북 多 koob벤드

다북뺀드는 다큐멘터리북을 키치하는 편집소모임이다. 어제가 두번째모임이다. 아마 다섯번쯤하게 될 것 같다. 어제는 문여는 날이었다. 구중궁궐인 스스로을 서로 여는 날. 아닌 밤중 연애사도 호칭의 엄밀성과 개방성. 서로를 녹여주거나 이어주는, 아니 스며드는 모임이 되었으면 싶다. 노래만 밴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글과 마음들을 제맛나게 하는 모임도 밴드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닐까? 대일밴드?같이 묶여주고 아픈데 붙여주는 것도 해주고 말이다. 표지이야기-차례이야기-번호붙이기이야기. 구중궁궐의 문을 세개쯤 열다 문턱에 걸렸다. 나도 마음씀씀이 좀 새롭게 했다 싶다. 그러고나니 불쑥불쑥 남들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싶다. 오겠다싶다. 그들 마음으로 생각하겠다 싶다. 그녀의 마음으로 생각하겠다 싶다. 내 마음벽이 너무 높다싶다. 마음의 문턱을 낮추어야 낮추어야 행복하겠다 싶다.(다북뺀드는 당분간 기밀이다싶다. 코멘트하면 혼나겠다 싶다) 081003

 

뱀발. 아침 대학생들과 대면이다. 먹을거리와 안전지대를 만드는 일의 교감에 대해 코멘트를 하고 시험공부하라고 보낸 뒤, 오랫만의 흔적이다. 외도아닌 외도를 네?버에 해두었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우물에 비친 부끄러운 얼굴이 어른거린다. 스스로 교감버전이 늘 그러하였는데, 늘 그러할 수밖에 없음의 이유가 잡혀진다. 그리고 한참만에 월풍똥 도박단의 향수가 있는 갑* 포장마차엔 갔다. 그 체취가 몽롱하기도 하였지만 지난 흔적이 사무친다. 마음색깔들도 - 은은히 사람의 향이 배여나오는 가을 바람향에 잘 어울린다 싶다. 근대사 공부모임도 부담없이 잘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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