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기쁨의 기억 - 한국인의 미의식

   
 

- 불행한 근대사와 함께 찾아온 기억의 상실이 그랬듯이, 찾아올 기억의 회복 역시 혁명적인 난장의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문화와 예술의 몫이 아니라 일상과 취향의 몫이 될 것이며, 일상과 취향의 혁명이 문화와 예술의 변화로 이어지는 한판의 반전이 전개될 것이다. 226쪽  이같은 일상과 취향의 혁명을 앞당길 견인차는 세련되고 전위적인 엘리트들의 예술적인 상상력이 아니라 촌스럽고 뒤처지는 남녀노소 장삼이사들의 일상적인 감수성이다. 비록 오늘은 가짜 버버리무늬와 유사 베네통 색에 둘러싸인 색치의 일상에 갇혀 있을지라도... 227쪽


- 코앞에서 조목조목 뜯어보던 지금까지와 달리, 거칠기보다 부드럽고, 졸하기보다 아하며, 어눌하기보다 격조있게 보인다면, 그때 비로소 당신은 상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한국인의 미의식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142쪽

- 한이란 결국 흥으로 곰삭여진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한에만 주목하는 담론은 청산되어야 한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한을 삭일 여유를 잃어버려 해학과 신명으로 승화시키지 못해 한의 늪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일제 강점기의 한국인은 김치가 익어서 '시원하고 칼칼한' 발효맛을 내기 전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정서에 늘상 붙잡혀 있었는데, 이 틈새를 일본의 신파가 밀고 들어온 것이다. 179-180쪽 요약

- 사람은 위치와 장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사람은 시간에 대한 사유보다 공간에 대한 사유를 더 절실해한다. 지난 세기의 한국인이 서구적 근대를 향한 '시간과의 경쟁'에 빠져든 결과 공간 의식과 공간 취향을 상실해 버렸다. 인간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미의식은 공간의식과 공간 취향에서 만들어지는데 돈가치와 효율성 주도에서는 이런 취향이 발붙일 곳이 없다. 어쩌면 삶터는 뿌리와 방향을 제공하는 삶의 기억들로 가득차있다. 186-187 요약

- 오늘의 우리는 어제 우리의 자리로 멀찍이 에둘러서 돌아가는 중이다. 멀찍이 에둘러서 돌아간다는 것은 '시간과의 경쟁'에 쫓겨 성찰의 자세를 내던진 지난 세기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191쪽

- 조화로운 톤과 개성적인 컬러가 없는 도시. 고유색의 부재란 한국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의 문제인데, 이같은 문제의 배경에는 색 취향을 비롯하여 취향 전반을 잃어버린 한국인의 기억상실이 자리잡고 있다. 전통의 단절은 사실의 단절보다 전통 의식의 단절이 더욱 두려운 어둠을 빚는다. 저쪽에 내재하는 의미에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와 감정의 기준을 볼 수 있다. 내재하는 의미란 다름 아닌 생활 철학과 생활 감정의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225-6쪽 요약


- 개성있는 취향은 정신의 여백에서 자란다. 동양화의 여백은 하릴없이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부분을 비워내어 전체를 넘치게 하는 역동적인 기운생동의 근원이다. 정신의 여백을 간직한 사람만이 시시때때로 튀어오르는 정신의 자투리들로 아름다운 성찰의 조각이불을 꾸며낼 수 있다. 232쪽

- 취향에 대한 담론은 그것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런 취향이 지닌 다원적인 모호성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지난 세기 이래 우리 안에 그늘을 드리운 이데올로기적인 사고 때문이다. 이는 민족주의, 사회주의, 자유주의의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너머에 존재하는 이원론적인 사고 일반을 가리킨다....(중략) 앞뒤가 따로 없는 '뫼비우스의 띠'나 안팎이 따로 없는 '클라인 씨의 병'에 비유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사고를 모색해야 한다...(중략) 성찰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근대 한국인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는 지점은 근대 한국인을 탄생시킨 근대성 자체에 대한 성찰이다....'나를 죽이면서 남을 흉내낸'...235-6쪽 요약(취향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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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1. [한국인의 미의식] 3부는 공감폭이 컸다. 헌데 4부는 전적인 동의를 할 수 없다. 구체성의 결여이거나 개략적인 스케치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륙을 품어...]의 제백석과 서비홍편, 그리고 그림들을 눈여겨보다. 팔인대가...등등 일필휘지한 그림들만 눈에 찬다.

2. 근대를 기억상실로 보거나 문화와 예술이전 일상과 취향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 색과 맛,해학 등등 여러가지 면에서 공감폭이 크고 일상의 고민과 맛닿아 있어 나름 와 닿는다 싶다.

3. 근육과 살-과도한 남성성(과도한 여성성). 말은 없고 살만 있는 사회도 함께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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