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연하는 사이사이 다른 길로 왔다갔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낚는다는 일과 신념사이 신념에 예하부대를 거느르는 일과 신념을 불어넣기 위해 다가서는 일이 한편 같기도 하면서 다른 편이기도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자신을 낚는 일에 대해서도 섞어봅니다.
2.
나는 나를 낚기 위해서 나를 어떻게 하는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고정시켜두는가? 꾸물꾸물 시선을 타점에 맞추는가? 아니면 타점의 약간 위나 사선을 긋거나, 몸둥아리가 들어갈 과녁을 좀더 넓고 깊게하는가?
3.
낚는다는 일은 어쩌면 스멀스멀 다가서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곳으로 직선으로 다가서는 일이 아니라, 멀찍감치 감지되지 않는 곳에서 동선이 예의주시되지 않는 느릿느릿, 그 직접시선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노랑으로 주황으로 회색으로 파랑으로 분홍으로 하늘색으로 또다시 노랑으로 말입니다. 빡빡 기면서 그(녀)들에게 다가서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애석하게도 나의 낚시엔 찌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단맛나는 빨강으로 어쩌면 황홀한 노랑으로...걸려드는 것이 과녁에 꽂히는 하나일 것이라고 하는 추측마저 벌써 낚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4.
강의를 들으며, 듣고 난 여운을 되삼키며 황홀한 낚시를 생각해봅니다. 낚여서 기분좋을 낚시를 생각해봅니다. 실험을 하고, 시험을 하고, 그(녀)들의 동선과 낚시의 호흡이 맞을 무렵. 자본의 싱싱한 과즙을 먹으며 생육되는 그(녀)들. 노랑으로 낚이고, 스스로 노랑도 빨강도 기면서 파먹으면서 다가서는 낚시.
5.
저 소실점 끝에서 와야한다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빨강파랑노랑을 흠뻑 묻히고 벅벅 기면서 서로 낚는 개안. 직선이 아니라 잠자리겹눈 주위를 천천히 도는 황홀. 취함에 이어지는 깜짝.
6.
어쩌면 자본의 장 안에서 모든 삶을 살아냅니다. 호흡하나 공기하나 아니라고 주장하고 주장하고 싶어한다고 하지만 그 자기장 안의 숨결일 뿐입니다. 그 호흡의 파고와 미치는 숨결을 파악해내는 일, 어떤 자장으로 힘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일들도 중요합니다. 치밀하게 계산되지 않는 순결은 순결도 없고 생명력도 없습니다. 자본 안에서 낭만은 자본에 포위된 낭만이지, 자본을 숙주로 한 낭만이지, 그 자체로 설 수 있는 낭만이 아닙니다.
7.
그런면에서 귀찮고 성가신 일들이란 없습니다. 기면서 맛도 보고, 저쪽 끝에 어떤 숨통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계산하고 넘어서는 일들을 밥먹듯이 할 수 있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 낚거나 낚는 법을 아주 쬐금 알 뿐인 것은 아닌가요?
8.
스스로 낚이질 못해 걱정입니다. 늘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음~ 묻어서 가는 것이 엄벙덤벙 제일 편하고 빠른 길일텐데. ㅎㅎ. 한번 버무려 볼까요? 재지 말구. 하고자하는 것의 경계를 흐릿하게, 내가 하지말고 함께하게, 누가 한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버무려볼까요? 이거 김밥말이 생각나는군요. ㅎㅎ
뱀발.
지난 토욜. 아***에서 멋진 선생님 모셔 강의를 들었습니다. 개인별 맟춤독서 사례와 현장에서 경험, 고구마줄기이론은 글쓰는 이들을 위해 꼭꼭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평균화된 독서목록은 어느새 좋다는 이유하나로 개인별 편차와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기승전결,서-본-결론의 획일적 글쓰기 역시 있는 감성이나 논리조차, 일리있는 이야기조차 끌어내지 못하는 글쓰기방법론은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생동감있는 강연, 방법, 성의에 감사드립니다. 이 내용들은 강연뒤 뒤풀이와 2차에 이어진 삼총사 토론에 더욱 생각을 많이 가져왔습니다. 서**시인님, 김**사무국장님, 송**교사님, 같이 온 국어교사님 생각들입니다. 더 맛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샛길로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