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발
함순례
어스름 할머니민박 외진 방에 든다
방파제에서 그물 깁던 오십 줄의 사내
지금쯤 어느 속정 깊은 여인네와
바짓가랑이 갯내 털어내고 있을까
저마다 제 등껍질 챙겨가고 난 뒤
어항의 물비늘만 혼자 반짝인다
이곳까지 따라붙은 그리움의 물살들
밤새 창턱에 매달려 아우성친다
사랑이 저런 것일까 벼랑 차고 바윗살 핥아
제 살 불려가는 시린 슬픔일까
몸이 자랄 때마다
맨발로 차가운 바다를 헤매야 하는 소라게야
울지 말아라 쓸쓸해하지 말아라
게잠으로 누워 옆걸음 치며 돌아가야 할
누더기 등껍질 촘촘 기워간다
물 밀려간 자리 흰 거품 걷어내며
기어 나오는,
소라게의 발이 뜨겁다


뱀발. 어제 일터일로 밤이 깊다. 동네촛불도, 친구를 만난다는 소식도 다 한편으로 접어야 했다. 말들은 차곡차곡 쌓이고, 방향을 잊어버려 이리저리 밀린다.속절없고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말이다.
술과 고민이 파도처럼 왔다 간 아침.
펼쳐든다. 마음이라도 편히 재워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일용할 하루의 발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