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가슴, 면역과 불편
어쩔거나 천일동안 제몸 불살라도 세상은 눈길 한번 주질 않는다. 그 역동성은 어디로 숨었는지? 숱한 목숨이 앗아가도 이제 세상은 이내 면역이 된 듯. 그 또한 남의 일이다. 아프리카, 지구반대편에 일어나는 굶주림과 기아에 다름 아닌 듯이 말이다. 고공농성등 해보지 않는 싸움은 없다면서, 몸속 깊숙이 갉아먹는 단식농성이 죽음의 저편까지 들어서있다.
하루 소식 끊은 오늘은 어김없이 제기미발랄한 엽기소식으로 도배한다. 집회시위대를 몰이꾼과 포획자로 구분짓는 포상한다는 미친발랄 소식과 북한의 인권을 염려한다는 b(ush)mb는 굶주림으로 사람이 죽어가도 그것은 인권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듯, 포옹프렌들리와 근친미소다. 속이 미식거리고 토할 듯하다.
주지육림하는 휴가내내 불편하다. 통각도 둔화하고 무뎌진다. 일상의 바다는 이미 다른 삶, 다른 생각으로 넘실거린다. 가족의 바다도 낚시대 하나 드리우고 생각 한점 낚아 올리기 어렵다. 아파하기에 바쁘고 서럽고 조울이고 숨쉴 틈하나 없이 생각도 맘도 꽈악 조이고 산다.
범벅이 되어 마음 한가닥, 몸한가닥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날. 휩쓸려가는 삶. 일상에 속은 미식거리고 토할 듯하다. 복제되는 일상은 늘 불편하지 않고 건망에 강하다. 통증에 지속력도 연관성도 없다. 하루의 안녕만 중요할 뿐. 일상의 먹구름은 쓰고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고 또 쓰고 광속의 속도로 소비하면 될뿐, 독립채산인 일상은 남의 삶을 넘겨보지 못한다. 남의 밥숟가락하나 헤아리지 못한다. 죽든 말든 일상의 아편은 이리 맹독성이다. 보이는 것 하나 없을 정도로 ...
뱀발. 큰딸래미 식구와 용평을 다녀오다. 움직이는 동선의 폭 만큼 숭덩숭덩. 에너지플로우는 강열하다. 이틀밤을 묵었다. 마음이 편치 않는다는 것은 움직임에 불편한 마음들이 묻어나기 마련이었고, 동선을 넣으려는 마음의 표독이 읽힌다. 어렵고 예민한 자리였다. 안스러움이 안타까움이 되는 듯 싶고, 불편한 마음은 이내 전염이 되는 듯하다. 마음이 자리잡고 편안하고 흔들리지 않으면 좋을텐데.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
그 사이사이 생각과 마음은 딴 곳으로 향하고 자책이다. 시집한권 든 것도 가뜩이나 그런데 잠깐 본 소식들에 신경이 곤두선다. 시사투데이를 보다 기륭전자 소식에, 오늘 또 다른 소식들에 그리고 가볍게 지나치는 일상마저 확대되어 들어오고 마음을 져민다. 무슨 짓을 하며 하루하루 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일상은 촌각을 다투며 전태일로 치닫는데 목숨이 목숨이 되지 않고, 사람이 사람이 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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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
조재도
처서 무렵 우는 매미 소리는
강철 빛깔이다
골무만한 몸통에서
가슴팍 열어 젖혀 쟁명히 울어대는
매움 매움, 저 매미 소리는
하늘과 땅 사이 나 아니면 울 게 없다는
아니 아니 하늘과 땅 사이 울 것 투성이인데
아무도 울지 않아 내가 대신 운다는
매미가 쓰는 호곡론(好哭論)이다
그래 그건 그렇고
넌 언제 울어봤니
두 줄기 눈물 비줄배줄 흘리는 그런 울음말고
막힌 칠정 한꺼번에 터져 나와 목젖이 다 갈라지는
크나큰 울음, 통곡을
넌 어느 때 울어 봤어
아파트 숲 단풍나무 가지에 앉아
꽁댕이 들었다 놨다 울어 퍼지르는
아흐, 저 빛살의 매미 소리
어떤 톱날로도 자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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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재도]좋은 날에 우는 사람/ 매미 소리|작성자 삼바귀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