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최 촛불을 끌 수가 없다 - 한홍구

 

 1.

참* 자원활동 학생 두명과 5-6번의 만남을 마무리하다. 30시간을 채우는 것이었고, 이 학생들이 하는 것은 영상자료를 녹취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유전자 조작 등 관심의 영역밖에 있던 일들이다. 그들은 한번도 관심없었고, 녹취하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여러 사실들이 자신의 삶과 이어져있음을 알고 많이 놀라한다. 이런 기회가 없더라면 한번도 관심없을지도 몰랐을 것이라한다. 세상과 현실이 이렇게 상반되는 방향으로 서있는지? 삶의 조건이 이렇게 어이가 없는 것인지? 더 이상 심도깊은 논의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일상의 문제들의 연결고리가 확연해 앎의 고리를 잇다보면 어느 곳으로 가던지 그 지점에 만나는 것 같다. 앎과 현실을 되돌아보는데 그리 힘과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관심과 작은 자리가 이어진다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폭이 자라난다고 여긴다.

 2.

현실의 모순으로 아니면 우리의 역동성으로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 이렇게 전선에 드러난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 근대사에 있어서 이렇게 세계적인 모순구조와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도 처음있는 일이다.  식품안전만이 아니라 삶의 고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는 민영화, 교육이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 싸움 꺼리가 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안타깝게도 전취당한 역사이다. 한번도 온전히 그 열망과 꿈이 고스란히 일상의 제도와 시스템으로 역이전되지 못했다. 4.19혁명도 그러하며 서울의 봄도 그러하며, 87년 항쟁의 끝도 6.29 속이구 선언으로 민주주의의 백지장만 검어쥐게 되었다. 열망과 열정과 뜨거운 가슴이 차디찬, 얼음장같은 제도에 중화되면서 실질적인 것을 별반 얻어내지 못했다.

3.

프랑스혁명보다 명예혁명보다  68혁명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거리로 나오면서도, 제도적인 시스템으로 헌법으로 보장도 권리도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반복되었다. 이렇게 살고싶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열망은 법을 만들었어도, 헌법을 개정했어도, 하위법을 알아서 고쳐도 수백번을 고쳐야할 상황에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거운 제도는 열정이 사그러들길 거리가 차거워지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이땅에 정치인들과 정부와 초록이 동색인 자치단체란 제도권에 바랄 것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있단말인가? 어떻게 행복해지지 않게 해주려고 갖은 수를 써도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던 것일까?

4.

생각길이나 마음길이 뜨겁다. 너무 뜨거워 데일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그 생각길이나 마음길이 유연한 유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품처럼 흐르다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제도의 기회주의에 또 다시 농락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더욱 커진다. 어떻게 하면 삶의 지지대나 버팀목으로 고리가 이어질까? 그 생각길이나 마음길이 좀더 제도권을 파고들고 뿌리내리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거리로 나온 혁명만 성공했다고 자축해도 되는 것일까? 우리 거리혁명은 늘 기만당했다. 삶으로 기만당했고, 419도 610도 실패의 혁명이라 여긴다. 위임받은 백지장을 기만당하지 않도록, 우리의 삶이 다시한번 기만당하지 않도록, 열망의 생각길과 마음길이 저 제도라는 장벽을 거침없이 뚫고 뿌리내리고 그 담장을 월담하는 세련됨으로 거듭나야하는 것은 아닐까? 인생에 단 세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는 것처럼, 당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친구들로서 마지막 기회는 아닐까?

 

 5.

 모두에 가장 평범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대학생친구들 이야기를 했다. 왜 세상사람들 가운데 우리는 더 나쁜 고기를 더 열악한 등록금을 더 열악한 일자리를 더 열악한 노후를 감내해야하는가라고? 다른 나라사람들 하고 같은 대접을 받고 싶다고, 그 방법을 알려줘야하는 것이 우리 세금으로 녹을 먹는 당신들이 해야되고 아이디어를 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지 못하게 할까가 당신네들 하는 일이냐구. 삶의 조건으로 싸우는 진지가 더욱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발화지점이 되어 동네에도  **사랑 촛불연대 게시판도 삶의 조건 확보의 봇물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닥치고 재협상만이 아니라, 행복하고 싶은데 너네가 해주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줄건데. 아이디어 내보시지? 도대체 당신나라 당신정부 당신정치인들을 할 줄 아는게 뭐야??라고 좀더 구체적으로 심금이 울리도록 들이대야하는 것은 아닐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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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8-06-0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찐한 밤을 보냈지요. 6시에 집회시작, 정말 감동 짱짱인 시민발언. 그후 8시에 거리행진을 시작해서 두 시간 대장정...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에서 집회..."간판 떼라" "불켜라" 등등을 외치고 경성대 앞에서 마무리 집회... 가기 싫다는 아이들 달래서 버스 태워 보낸 시간이 11시. 오늘 10k는 걸었을 듯. 사람들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따라잡기 힘들었어요. ㅠㅠ 이게 다 제 배후세력 - 울반 원정이 덕분이죠. 나름 보호자 역할 자처하며 따라 붙었는데 사실 헉헉대는 저를 보호해준 건 아이들이었어요. ^^; 잘 지내시죠? 담임 되어서 나름 바쁜 나날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