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형 통일
미터법이나 킬로그램이나 무겁거나 넓거나 높거나 한 것들에 하나의 기준을 갖는다는 일이 편하고 쉬운 일이기도 하겠죠. 어쩌면 그렇게 통일된 기준을 갖고 그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 우리에게 아주 깊숙히 침잠해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벌써 다섯, 일곱살에 세상보는 눈이 무의식에 자리잡히고, 스무살 앞뒤로 통일된 기준들이, 세상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향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서해안과 남해안의 리아스식해안을 미터로 재는 일처럼, 사람을 동일한 관점자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머리에서 나온 기준으로 모든 사람들을 재단해버리는 일은 애교로 봐주어야 하나요? 돈이란 자로 환산하는 일. 힘이란 자로 환산하는 일. 서푼어치 지식의 다과로 재는 일. 섹스 프리즘으로 비친 빛만 보는 일. 들
이렇게 세상과 사람을 재는 것이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매일 매일 그자리에 있는 별과 바람과 나무와 달과 해는 다르게 보면서도 늘 함께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닌지요. 가슴의 눈으로 스무가지, 몸의 눈으로 서른가지. 천개의 눈과 천개의 자. 이것마저 식상한 표현이죠.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적다보니 밥먹는듯한 도식이군요. 하지만 마음은 전달되는 것이겠죠.
난 초
저와 함께 자라는 난초가 임신을 했습니다. 몇년만에 꽃을 틔우고 꽃을 틔운 그자리, 꼬옥 빼닮은 녀석들을 다섯놈이나 낳았습니다. 그러고보니 꽃만 피우는 줄 알았더니 덜컥 그 자리에 현신이라. 꽃 피우는 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나를 닮은 놈도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뱀발. 잔차 출근 7.5k 맞바람이 세다. 생명연 건물에 길게 드리워진 통합반대 현수막이 우는 바람소리를 낸다. 맞바람도 세다. 잣대에 대한 생각은 어제 달림길. 건망이 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