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은 상식적인 판단과 양심적인 질문?
 

- 연구가 진척되고 진화하다보면, 학문 역시 그 시작점에 대한 고민이 점점 멀어질 무렵, 아무도 왜? 시작했는가?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학이 생기고 대학원이 생기고 학위가 주어지고 관련분야에 전문적인 진화의 길을 가다보면, 앞에 우뚝 서있는 것은 왜 하는가보다는 돈때문에 먹고살아야 하기때문 이라는 질문이 묻기도 전에 답을 말하고 있다.

- 세상이 놀라울 속도로 바뀌고 있는 것 같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어쩌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서 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강이라는 문제 역시 최신장비와 어려운 전문용어를 들이밀어, 그래서 고치려면, 몸을 튼튼히 하려면 하는 질문의 연장선은 아닐까? 법이라는 것도 그래서 어떻게 하면 모르게 돈 많은 친구들에게 유리하게 하는가를 판단하는 것도 여전히 전후좌우가 맞는지 상식의 연장선상에 있는지도 판단할 수 있고 대부분 문제의 고리는 거기에서 풀리기 마련은 아닐까?

- 조금 각도를 달리해서 과학기술로 가져와보자. 과학기술에 대한 신화는 특히 전문성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면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왜? 연구하는가? 왜? 개발하는가에서 출발한 전문가들은 무의식적으로 이 질문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질문을 하면 정작 본인도 모르는 용어로 대답을 하곤 한다. 본인도 정작 자신의 분야만 알뿐 그것을 넘어서면 아무 것도 모르는 청맹과니에 불과하다. 결국 그가 한 변론이라고는 돈벌이에 급급한 자기분야를 두둔하는 것밖에 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 우리는 지금 이런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 대운하를 왜 하는지? 미국산 쇠고기를 왜 들여오는지? 민영화를 왜 하는 것인지? 그 잘난 교육을 왜 하는지? 지극히 상식적인 물음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극히 정상적인 답변은 상식적인 선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평생 왜?라고 묻지 않은 전문지식을 마치 아는 것처럼 변론에만 사용하는 우둔함은 없을 것이다.

- 다시한번 돌아가본다. 누구나가 과학기술자 집단이 성장이란 미명하에, 자신의 밥벌이와 관계되었다는 보신주의 아래, 나노가 진폐증과 규폐증과 무엇이 다른지? 생명공학이 생명공학만인지 유전자조작인지? 자기부상열차가 정말 없는 사람의 편안하고 안온한 이동수단이 되는지? 원자력이 과연 대안에너지인지? 대기업만 살찌우는 건설토목연구가 진정 바른 대안인지? 식품첨가제와 항생제, 광우병에 대한 지식은 상식적인 모두를 위한 이익의 변호의 도구로 쓰이고 있는지? 정작 필요한 것은 나만의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연구만이 아니라, 두루 빈 여백을 채우는 연구의 시작점과 그 연구가 미치는 파장에 대한 생태적이 고민의 회복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 밥벌이는 지루하지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신성하다. 하지만 신성한 일은 기본적인 양식과 상식을 전제하는지도 모른다? 전문지식인들의 작지만 큰 앎들은 이어지기만 하면 급속한 파급력을 갖는다. 철저히 외면하거나 내일은 아니라고 하는 집단적인 후과가 얼마나 큰지 우리는 황우석사태로 경험하고 지금도 온전히 경험하고 있다. 얇고 좁을 박사의 박에서 벗어나 두루 겸비할 박사의 박으로 우리의 상식을 깊숙히 회복하게 만드는 일도 재미있고 보람있지 않을까?

- 우리의 공간을 목전에 놓인 돈만이 아니라 사회적 공익의 시선을 가진 돈으로 연구를 시작하면 좀더 여유롭지 않을까? 동네 축구처럼 그냥 돈에 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축구 역할을 보며 사회적 역할에 부응하며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것을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아닐까? 그런면에서 전문지식인들에게 상식을 가진 국민들에게 우리는 아는 것이 없지만 제가 아는 만큼 알려줄 수 있습니다라고 커밍아웃하는 것이 더 큰 신뢰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닐까? 그래야 멋 모르고 키운 성장동력이란 기술이 괴물이 되어 역으로 내 몫을 조이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권력에 종사하고 빌붙은 지식이 아니라 상식을 회복하고 양심을 회복하는 일로 사회적 공적공간을 넓혀가는 일이 오히려 악순환에 빠져든 구조조정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좀더 안정적인 고용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 미친 쇠고기로 시작한 4대 미친 짓거리(쇠고기-민영화-대운하-교육)를 합리화하는 전문지식이 아니라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맹점을 속속들이 지적해내는 공적지식으로 정말 사회에서 신뢰받는 전문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6.10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되묻고 자성하고 촛불하나 들고 거리로 간다. 우리 동료들의  손에 손을 맞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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