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차를 찾으러 가다. 버스의 뒷자리 하나가 남다. 토지 21권부터 집어들다. 친절한 설명으로 거꾸로 읽어도 상관없을 듯 싶다. 1945년. 해장국 한그릇. 한쌍의 참새들이 쾌속의 동선을 그리며 연신 속삭인다. 햇빛에 마른 철쭉꽃들은 간간이 흔적만 있을 뿐, 연신 철쭉그늘을 넘나들면서 정담을 나눈다.그러길 몇분 나를 사이에 두고 그 녀석들은 날카롭고 부드러운 동선으로 목련그늘에서 철쭉그늘로 아카데미 앞을 맴돈다.
어슬렁어슬렁 어제를 음미하며 오다. 농염한 햇살을 머금은 장미는 소실점까지 아득하게 피다. 좀전 만난 참새녀석들을 여기에 풀어놓고 싶다. 담쟁이넝쿨도 강물처럼 흘러 길반대편으로 진초록으로 솟아오르길 반복한다. 점점 멀리 시선은 난다. 자전거바람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