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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살 딸 먹이려…” 우유 훔친 ‘슬픈 모정’ |
병든 남편·밀린 월세 ‘생활고’
동네마트서 절도 혐의로 입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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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딸이 제일 좋아하는 걸로 냉장고를 채우고 싶었다. 세일 때 사 둔 세제와 샴푸를 환급하면, 우유와 요구르트, 포도 한 송이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제와 샴푸를 장바구니에 넣고 집 앞에 있는 마트에 갔다. 영수증이 없어 환급이 안 된다고 했다. 답답했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하던 남편은 3년 전 일을 그만뒀다. 사무직종으로 옮기겠다며 공부를 시작하더니 덜컥 병에 걸렸다. 병원에서는 ‘악성 피부질환인데 평생 약을 먹고 바르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는커녕 공부도 계속할 수 없었다. 남편의 병간호는 홀시어머니한테 맡기고 식당일을 시작했다. 1년 반쯤 지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데다 무릎에 염증까지 생겼다. 의사는 빈혈까지 겹쳤으니 쉬라고 했다. 15만원 임대아파트 월세는 석 달째 밀려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고아무개(43·여)씨는 28일 우유 한 팩과 요구르트, 물티슈 등을 장바구니에 넣은 채 계산도 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오려다 마트 주인한테 붙잡혔다. 3만2천원어치였다. 고씨는 경찰에서 “딸이 마음놓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먹게 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진술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고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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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최옥란이란 이름을 아는가? 아마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었고, 특수하지 않은 세상의 불합리란,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는 이 시기에 약자들의 고통이란, 쉽게 잊혀지는 법일 테니까. 그는 태어날 때부터 1급 뇌성마비라는 큰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고 한다. 왜 그가 그런 병을 안고 태어나야 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비록 그렇게 큰 장애를 안고 태어났더라도 집안이 그렇게 가난하지만 않았더라면, 그의 삶은 덜 고통스러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몸을 안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의 삶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많이 배우지 못하고 자라나 다행히 동갑내기 총각과 결혼할 수 있었으나, 이혼으로 남편과 헤어지고, 사랑하는 아들을 빼앗기기 까지, 결혼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몸의 고통, 가난의 설움에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아픔까지 더해진 채로, 그는 영구임대주택에 살면서 청계천에서 노점상을 해 간신히 삶을 이어갔다. 그런데 몇 해 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라는 것이 실시되면서 양자택일의 불행에 내몰리게 된다. 그 법이라는 것이 이름은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그럴듯한 데 비해 가당치도 않아, 한 달 소득이 33만원을 넘으면 생활보호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임대주택에서도 쫓겨나야만 하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어찌되었던 집에서 쫓겨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그는 어쩔 수 없이 노점상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같으면 서류상으로는 노점을 포기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계속할 수도 있었을 것을, 그는 그렇게 세상을 속이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쩌면 평생을 세상에 속으며 살아왔던데 대한 복수를, 그 나름의 방식으로 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노점을 접고 집에 들어앉은 그에게 국가가 지급한 것은 고작 30만 5천원이었다. 생업을 포기할 것을 강요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생활보장을 해주어야 할 텐데, 아마도 법을 제정하거나 집행하는 사람은 30만 5천원으로 한 달을 잘 살 수 있는 매우 검소한 사람들이었던가 보다. 그러나 최옥란씨는 그 돈으로 한 달을 살 수가 없었다. 다른 것을 제한다 하더라도 임대주택 관리비 16만원과 약값 및 병원비 25만 원만 계산한다 해도 그것으로도 3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다시 노점상을 하려 했으나 한번 반납한 노점상 자리는 더 이상 그의 것이 될 수 없었다. 그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다가 자살함으로써 서른여섯의 한 많은 삶을 스스로 마감하였다. (그리스비극에 대한 편지,김상봉 135-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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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연한 슬픔
보이지 않는 아픔
아픈 이들의 눈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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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참* 총회로 오늘 새벽 많이 늦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 황급히 피던 담배를 끄던 기사분에게 피우셔도 괜찮다고 했는데 빈말이라 여기는 것 같다. 오는 길 목련도 화사하고 중간중간 핀 자목련은 흐린 날에도 잘 어울린다. 기사분이 말을 건넨다. 우리나라만 있는 자원없나요. 생뚱맞다. 우리나라만 있어 팔면... 없겠죠. 우리만 많이 가져서 호위호식할 수 있는 자원말이에요. 앞에 놓인 화면은 연신 경주 학생구간마라톤이 진행된다. 화면은 선두에 있는 선수를 잡고 있다. 그리고 화면 넘어 아담한 담장넘어 목련꽃이 화사했다. 선두에 선 학생은 열심히 거친 호흡을 뿜으며 달리기만 했다. 호위호식 우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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