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지 않는 시간
돈봉투만 내는 상가. 서울로 접어들자 시간은 보이지 않고 종잡히지 않는다. 짬을 내어 만나기로 한 교보문고 맞은 편 커피숍 빈. 날름날름 삼키는 서울의 시간. 택시를 집어타고 천호대교에서 종각앞까지 직선으로 달렸다. 서울에 접어들자마자 시간은 제멋대로 흘렀다. 그냥 동네 카페로만 알던 coffee bean은 아크로폴리스 광장같다. 차한잔,커피한잔에 천갈래 이름을 붙여 귀찮고 요란고 돈의 그 갈래만큼 쳐 놓으니 불편하다. 얼이 빠져나간다. 이야기나누고 조금 정신이 돌아올 무렵은 사람들이 많이 광장을 떠나 빈 여백이 한참 생긴 뒤였다.
돈이 되지 않는 시간, 광장은 커피숍빈이 되어 퇴실을 알린다. 막차가 여유로울 시간 서울역은 날름 대전내려가는 차한편이 없다. 대어를 챙긴 서울역은 돈도 되지 않는 손님을 뱉어내고, 그물을 빠져나온 치어같은 손님들을 나라시어부가 힘겹게 불러들이고 있다. 돈도되지 않는 시간의 서울역은 돈되는 새벽 시간 첫차만 알리고 있다.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날밤 속에 보내기엔 제법 억울하다.
마지막 한가닥. 지방행 막차를 타려면 부지런을 떨어 터미널로 향해 정말 제 시간에 대어야 한다. 지하철로 옮기자. 시간과 나침반을 잃어버린 서울에서 선택한 길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퇴화한 감각은 돈도 되지 않는 시간으로 몸걸음을 재촉한 셈이다. 돈도 되지 않는 24시를 향해 발걸음을 채찍질하듯 보챈다. 심야매표. 아직 떠나지 않는 대전발 0시 50분류는 돈도 되지 않아 제 꼬리를 잘라 0시행 밖에 없다. 돈이 되고 되지 않는 시간에 걸려있는 나. 그리고 그 시간에 걸린 나머지 둘. 발매원은 출발하지 않는 배의 좌석은 있으나 24시가 0.5초 넘었으므로 넘어 발권이 되지 않는다 한다. 10리나 떨어진 배안의 검표원은 좌석이 남아 있어도 현금을 건네는 손님에게 발권이 없어 탈 수 없다고 돈이 되지 않는 소리를 한다.
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자칫 제돈이 되지 않아 만들어논 그모고속의 덫에 걸린 발매원과 검표원. 돈을 벗어난 호의는 힘겨루기로 끝나고 10리도 더떨어진 발매원과 검표원의 대면으로 풀어진다.
그렇게 돈도 되지 않는 제일 구석자리에 앉아 돈도 되지 않는 시간을 시집한권에 싣는다. 총알처럼 날아온 나라시버스. 대전은 고요하며 여전히 나라시어부들은 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돈이 되는 시간을 빠져나온 치어를 낚는다. 돈도 되지 않는 시간의 경계는 점점 실선으로 두드러지고, 돈도 되지 않는 시간의 동선을 움직이기가 서럽고 더럽다. 돈의 출혈은 선명한 경고음을 날린다. 돈도 되지 않는 시간 돈도 되지 않는 시간을 배회하여야 하는 치어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돈밖에 없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