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구수하게 내린다. 주지육림에 건져올린 듯, 송년잔치는 어김없이 과잉이다. 가는 해를 이렇게 지나치게 잡아도 되는 것인지? 지가 싫으면 그만둘 일이지만, 습관처럼 굳은 굳은 살은 여전히 관행이다. 버티어준 몸이 고마울 지경이다. 아침에 가벼운 눈발을 맞으며 땀기운을 온몸에 나누어준다.  나간 정신과 신체가 제 집을 찾아오는 듯 싶다.

딱지처럼 단단히 붙어있는 습관에 딴지를 걸자. 관행처럼 가기만하는 모임습관에 말을 걸자. 충분히 힘든 일들을 연례행사처럼 치르기만 하는지 말이다. 버젓이 늘어나기만 하는 살림살이에도 생각을 걸자. 훨씬 가볍고 서로 기분좋은 만남,씀씀이,습관의 하루가 있지는 않을까 싶다. 만족도를 높이면서 일상을 다이어트해보는 것도 낫지 않을까 싶다.

모임에 의탁하는 정도가 과했던 것은 아닌가? 반중독 상태로 몸이 끌려갔던 것은 아닐까? 모임의 만족도나 일상에 대한 감별의 결과가 바닥에 기었던 지난 해는 아니었을까? 사분지 일 줄이기(반경)- 사분지 일 늘리기(깊이), 타협의 지점을 생각해본다. 일터도 먹고자고마시고하는일도 삶을 꾸려나가는 관계된 일들도 말이다. 삶은 아니더라도 행동의 선택지를 여럿으로 분기해서 앞에 표지판을 만드는 일도 몸의 학대를 줄이면서 해볼 일은 아닌가싶다.

년휴 몰아서 읽은 읽힌 책들이 보내는 신호들은 한결같다. 위기론과 음모같은 부류는 유난히 저어하지만, 이리저리 다른 각도에서 보아도 달라질 것이 별반없다는 사실에 우울하다. 인식과 앎에 이르는 길도 지나치게 사변과 어찌하면 모르게 할까나, 서로 관계없는 것으로 떼어놓기에만 열을 올린 것은 아닌가 싶다.

양지는 이미 녹아있고, 음지는 알맞게 눈들이 쌓인다. 얕게 내리는 눈발이 고마운데, 전라도는 이미 정도를 넘어선 것 같아 불안하다. 자연을 낭만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 조차 어려워진 것 같다. 순식간에 선을 넘어서는 자연은 여백이 아니라 불안으로 들어선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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