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행동주의
- 이런 추세가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일까? 공정 거래된 커피와 '아동 노동에 의해 생산되지 않은' 축구공 때문에 비싼 값을 기꺼이 치를 정치적으로 올바른 구매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될까? 아니면 우리가 거창한 대의명분 때문에 단순히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일까? 1960, 70년대나 8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진지한 소비자 행동은 여전히 소수를 위한 대의명분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일요일 아침, 나는 런던 중심가에 있는 집에서 지난밤의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느끼며 잠에서 깬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빨래를 하고, 에코버(세계 최초로 환경 보호 원칙에 입각해 생태학적 공장을 지은 벨기에 기업)에서 만든 음료수의 병마게를 딴 다음, 어젯밤에 먹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아닌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피자 접시 위에 생물 분해 성분이 있는 세재를 뿌린다. 그리고 페어트레이드 (1989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공정 무역 운동, 커피 값을 더 내는 대신 제3세계 농민들이 그들의 노동에 대한 합당한 수익을 보장받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인증 마크가 찍힌 커피를 붓고, 좁은 닭장에서 가둬놓고 기른 것이 아니라 놓아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을 삶는다. 그리고 러시(런던에 있는 무공해 비누가게)에서 산 '동물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거품 비누로 샤워를 한 다음, '아동 노동을 착취하지 않는' 리복 운동화에 '노종자 전원이 노동조합원으로 가입한' 리바이스 청바지, '모피를 결코 사용하지 않는' 클로에 티셔츠를 입는다. 머리에는 오존 파괴 물질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 웰라 스프레이를 뿌린다. 그리고 신문을 들고 최근 벌어진 맥도날드 불매운동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재활용지 위에 메모를 하면서, 다음 번 시위 때는 시위 팸플릿을 한 장 집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보디숍 매장에 들러서는 '공정 거래된' 모이스처라이저를 구입하고, '윤리적인 회사에만 투자하는' 코퍼레이티브 뱅크의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는 동안 매장에 놓인 세계화를 다룬 홍보물을 읽는다. 집으로 가는 동안에는 차를 잠시 세워 무연 휘발유를 주유한다. 도로 양쪽에는 주유소가 두 곳 있다. 두집은 가격도 같고, 기름의 종류와 질도 같다. 하지만 왼쪽 주유소 회사는 나이지리아에서 기름 유출 사고를 낸 적이 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차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집에 가서는 컴퓨터를 켜고 AOL에서 보낸 '우리는 사회적인 이슈를 우선시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체크한다. 그러고는 맥도날드가 아르헨티나에서 저지른 처사에 항의하는 이메일을 보낸다. 유엔의 기아 사이트에 들어가서는 마우스를 클릭하여 그날 쌀과 옥수수를 기부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 대한 고마움을 말없이 표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아마존에서 나무를 베지 않는다'는 벤 & 제리의 아이스크림을 내내 핥아먹는다. 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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