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가지와 새송이, 애호박 들을 깍뚝썰기로 준비하고, 시금치는 약간만 소금간하고 사이좋아지라고 볶는다. 남은 시금치들은 오랜만에 된장국행으로 보낸다. 그래 국물맛 좀 보자. 남은 김밥이라니 아쉽긴하지만, 저녁치곤 괜찮겠다 싶다. 채소라 물기가 걱정이긴하다. 왜 이걸했지. 탈수기도 있으니 빙빙 돌려 물기를 빼둔다. 어쨌든 냉장고에 보관해두자.


1. <세계 끝의 버섯>은 점심 전에 완독한다. 놀랍다. 한 가지에 미쳐있으면 한 가지만 보인다. 인간만을 보려한다면 인간이 아닌 것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손쉽게 놓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선물, 상품, 소외라는 단어들은 익히 알던 것에서 출발해보자.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자본이 토지와 노동를 하나하나 발라내서, 자연과 사회로부터 격리시킨 뒤에서야 상품으로 된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증여론 역시 호혜의 선물 경제가 어떤 것을 함유하고 있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소외 역시 청년마르크스의 <독일이데올로기>의 자신감으로 출발한 표현이자 개념어이기도 하다. 각자의 개념어로 각자가 길을 가다보면 주변의 다른 것들은 흐릿해지고 보이는 것만 보인다. 학문이라는 것도 분야라는 것도 대부분 그러하다. 경제도 과학도 그러하다. 그러면 온전한? 사유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것들 발라내거나 내쳐낸 것들을 꿰는 궤적들을 그려내면서 통째로 알아내보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뱉어내 자본주의 밖의 삶들. 단일경작 플랜테이션 농업이 뱉어낸 병균의 점령. 과학이란 잣대로 뱉어낸 모든 것들의 역사. 그 가운데 실낱같은 몇 개의 주제만 건져올리더라도 남기고자 하는 순혈의 역사는 와르르 무너진다. 


젊은백인남성의 개인이라는 사유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 개인 영웅주의는 특별한 출처도 없이 어디서 시작한 것일까? 별이유없이 소설에서 살해와 문제해결을 하는 주인공이야기에서 번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쓸데없는 시작이 마치 자연수의 1이라는 것을 세웠던 것은 아닌가? 그러니 덩달아서 2,3의 줄서기가 이어진 것은 아닌가? 그런 주체와 개인과 사유의 중심은 애초에 흔적도 없는 것은 아닌가? 도끼가 먼저 시작한 것인지, 그릇이 먼저 시작한 것인지, 함께 시작한 것은 아닌지? 르륀의 단편 이야기는 해러웨이를 거쳐 여기서도 언급된다. 선물과 상품의 이분법이 아니라 그 길을 거꾸로 들어가다보면 사물이 사연을 갖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자본주의여서 비자본주의여서 그 둘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넘나드는 것이, 대부분은 계획도 없이 불안정성과 불확정성을 바탕으로 그저 그 사이를 자라고 죽곤 하는 것이다.





 2. 아나키즘을 이렇게 속속 들이 짚고 있는 저자가 있었다니, 이 또한 짜릿한 만남이다 싶다. 70년생쯤의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동네를 뛰어다니던 저자의 이야기는 그동안 살폈던 저자들을 대부분 언급하고 있다. 새로운 세상의 단편들은 어디선가 끊임없이 튀어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어에도 걸리지 않기에 다른 세상은 없다고 한다. 맛만 보다나니 완독 욕심이 생기는 책이다.







3. 노벨상에 많이 언급되는 광유전자. 그리고 감정과 뇌, 최신 신경, 뇌과학의 흐름들을 볼 수 있을 듯, 기대된다. 집안의 삼남매는 어릴 적부터 독서광이었던 듯...그가 이렇게 된 이력 또한 우연이며 독특하다. 조현병스펙트럼이 있는 환자와 정신과 상담 이력이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분야를 넘나드는 묘사력이 압권인 듯하다. 어서 첫 장을 열자.








 4. 2000년대 달리기에 열정적일 때 없던 책이다. 달리기 입문서도 거의 없었고, 인문을 가미한 책들도 드문 때였다. 지금은 남발되어서 고르기도 힘들지만, 애써 참았던 하루키의 책을 펼쳐든다. 2007년, 역시 그는 주장하지 않는다. 숨을 고르고 편히 깊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볕뉘


 아침이 되자 또띠야에 보슬보슬 담을 생각을 하니 깍둑야채에 계란을 넣어 식감을 이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릭요커트를 한 수저씩 올리고 감싼다. 그나마 봐줄 만한 간식이다.싶다. 남은 한 주도 정신없겠다 싶다. 책 볼 생각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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