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내려온다. 옥천에서 괴산으로 문경세재를 너머 주왕산으로 영덕을 거쳐 여기까지 오토바이로 오다. 내려오다 우박을 만났다는 그는 비옷을 주섬주섬 벗는다. 백차를 한 잔하고 서로 알아둔 저녁 장소 <이리오너라>는 문이 닫혀있다. 카카오는 전화번호조차 없다. 휴가면 휴가라고 해야할터이고, 엊그제도 영업하는 것을 봐둔 곳이다. 어쩌란 말이야. 몇 군데를 검색해서 가는 길, 카카오택시를 부른다. 오 분도 더 걸려서 도착한 기사는 벌써 다른 콜을 받고 간다. 여러가지 변명을 말하지만 궁색하다.
<고바우식당>에서 소맥을 말고, 대전 지인의 근황을 함께 말한다. 뇌경색이 온 친구, 술 한잔 못하고 오년동안 관리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단다. 그리고 이번 민주당 당대표 선거이야기다. 밤새도록, 새벽 네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유시민빠이다. 좋아하는 정도를 너머 모두가 정답이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보면 나뉜다. 아니 또 가다보면 만나기도 한다. 잘되기도 하고 못되기도 하기 때문에 길들은 여러 갈래다. 그러니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길을 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그 발걸음을 쫓기도 한다. 그러니 서두를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지난 여름 그의 어려움을 눈치채고 작은 도움을 주었다. 친구는 그 시점이 절묘했다고는 하나, 그러한 것은 아니다. 몸짓 마음짓을 보아오거나 느낀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천사일 것이다. 마음과 몸의 빈틈을 찾아들어온, 빈 곳들을 여물게 만드는 가을의 전령인 것이다. 그 친구가 온 것도 절묘한 것이다.
볕뉘
나의 다른 생각들을 전한다. 많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