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다이소에서 산 화분 가운데 강낭콩이 초파리의 재물이 된 것을 빼고, 바질, 봉숭아, 해바라기는 자라는 속도를 줄이면서 분화를 시작하고 있다. 물방울 하나에도 그들은 경각에 달린다. 바람 한올에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1.
순천 챌린지가든런 마라톤이 올라와 신청하구 내려간다. 운동복장에 운동가방하나 가벼운 차림이라 책은 얇은 것으로 챙긴다. 일본인 한자에 대한 책과 <리스펙토르의 시간> 두 권이다. 4시간이 걸리는 시외버스. 중간 휴게소도 들르고 옆자리 손님이 호두과자도 건넨다. 기다리다 내리고 또 가고 그렇게 도착한 시간이 저녁 8시반이다. 숙소에 들르기는 애매한 시간, 아랫장 야시장에 들러 요기를 할 생각이다. 육전 명태살전 부추전까지 오랫만에 폭식이다. 그렇게 배를 채우는데 묵을 숙소에서 연락도 온다.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배정받고 잠들기 전 엘렌 식수를 읽기 시작한다.
뜸을 무척 오래 들인 일이기도 하다. 말그대로일까? 과연 믿을 만한가? 하지만 만약 이 책을 나눌 시공간이 없다면, 어쩌면 정작 리스펙토르에 대해 많은 것을 놓칠 수밖에 없었겠다는 느낌도 든다.
말을 하면 말이 날아갈 것 같아. 한 작가에 대한 조심스러움은 서두부터 애지중지 좌불안석이다. 이렇게 세 편 가운데 한편을 읽어내고 잠을 청한다. 새벽 대회장으로 가면서 늘 찾는 순천의 아름다움에 재삼 놀란다. 삼 사백 명 정도의 인원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인원들이 함께 즐기기 좋은 대회다. 그렇게 다시 숙소까지 돌아오는 길에 문득 어제 읽은 책들이 아니, 작가들이 감격처럼 울컥 치밀어 올라왔다.
2.
세 편 가운데 두편은 대회를 마치고 올라와 단골 식당에서 읽어낸다. 저자의 작품들 간의 관계 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같은 역할도 해 준다. 이미 읽은 <별의 시간> 그리고 이 책을 덮고나서 찰나를 다룬 <아구아 비바>를 곧 이어서 읽다. 그리고 <세상의 발견> 역시 이렇게 읽어내어야 하는 무게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한 번이 아니라 열 번, 아니 백 번을 읽어내도 새로울 텍스트들이다.싶다.
3.
어쩌면 정말 무서운 책들이다. 칼날같은, 칼끝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책들이다. 그 서슬퍼런 날에 이미 베여 피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를 작가들이다. 피와 살, 내장감각과 몸으로 써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각성하게 하는 책이다. 무서운 작가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