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해두고 읽지 않은 지가 오래다. 오래된 책벗이 찾아와 얘기를 나눌 때, 젊은 작가와 기성 세대의 불화를 다룬 작품이란 단평을 듣는다. 


그래도 읽지 않는다. 사무실 한 켠에 여러 책들보다는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긴 했지만 말이다. 한 계절도 훌쩍 지나고, 지인에게 빌려주게 되었는데 지인들과 서로 돌려본 모양이다.


그제서야 읽고 싶은 마음이 인다. 매년 출간되는 젊은 작가 신인상이라는 타이틀도 그렇고 상주고 받는 관행, 소설가의 역할에 대한 회의도 든 지가 오래되기 때문이다.


<혼모노>, <길티 클럽>, <스무드>, <우호적 감정>, <잉태기> <메탈> 순으로 읽다.


열정과 애착, 숭배와 집착, 공동체와 구조, 대물림과 협착, 이상와 현실.


그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이렇게 지금-여기를 잃어버리는 인물들이 하나 둘 탄생한다. 그 시작인물들과 무대는 독특하다. 감떨어진 선무당, 우연히 꽂힌 영화팬, 찐 한국인외모의 완전 미국인, 공동체마을, 원정출산기, 메탈청소년. 현실을 이탈하는, 이탈하게 하는 경계선상의 인물들이다. 이질감 있는 작두 선상에 있는 인물들이다. 잘 될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는 독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뒷 배경에 있는 인물들도 경계에 있지만 현실에서 볼만한 인물들이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인물, 광팬들과 매니아. 아크로비스타, 강화 홍성, 이중국적, 라커. 현실은 이렇게 양끝이 동시에 버무려져 있다.


안타깝게도 작중의 인물들 가운데 이 경계를 벗어나버린 이 역시 없다싶다. 또 다시 그 소설의 말미의 현실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현실의 인물들은 여전히 그 가운데 하나의 색깔을 가진 주인공들이 되고만다. 뭔가 가 있다고 여기는 착시, 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악착같은 인생들이 만들어내는 현실은 더 기괴해진다. 


하지만 깨달음 같은 것은 없을까. 왜 현실을 볼 수 없었는지, 뒤늦게나마 그 현실을 깨달을 수 있다면 주장과 과도함이 넘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주인공들은 일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선을 그으면서 늘 저기를 가르친다. 현실에 접속하는 법을 애써 지우려는 인물들이다. 다른 삶들에는 관심조차 잃어버린 이들이다.


호랑이 척추를 부디 만져보시길 작중의 주인공들에게 다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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