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상태는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정보만으로 미래를 완전히 예측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과거의 사건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23
아낌없이 주는 자연의 장관은 수천 년 동안의 생물학적 평화와 지혜의 산물이기보다 모든 것에 영향을 받은 대격변, 불균형 그리고 불완전한 시대의 산물이다. 83 자연사에서는 과거의 성공 요인이 오늘날의 실패 용인으로 뒤바뀔 수 있다. 85 돌연변이, 유전적 부동, 대멸종, 우연한 서건 그리고 어쩌면 빠르게 일어날 생태적 대격변의 형태로 우연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진화의 법칙으로 변한다. 그 결과, 이전에는 큰 혜택이었으며 자연선택으로 잘 조절됐던 것들이 약점이나 위험한 불완전함으로 변한다. 86 자연에서 불완전함은 종종 다양한 이해관계(예를 들어, 수컷과 암컷 사이의 관계)와 상반되는 선택압 사이에서 타협을 찾아야 하는 필요에서 생겨난다. 87 그 밖의 다른 환경적 요구가 동시에 중첩된다면, 다양한 기능을 지닌 적응적 특성 사이에서 불완전한 타협안이 만들어질 것이다. 88
다윈의 진화론은 ‘해부학적 유사성(유전된 형태적 구조)와 ’존재 조건(외부 선택압)‘ 사이의 변증법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관성과 제약 사이, 다른 한편으로는 우연한 환경 상황 사이에서 탄생했다. 93 불완전함은 수많은 생명체 사이의 연결고리이자 진화의 역사를 새롭게 구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고고학적 흔적으로서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100 적응은 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이는 상태이지 완성된 최적화된 상태가 아니다. 110 자연에서 구조와 기능 사이의 관계는 중첩된다. 단일 기능은 몸속 여러 기관에 걸쳐 수행된다. 그러니까 중요한 순간에 여러 기관 중 하나는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111 이미 존재하는 구조를 재사용할 수 있다는 건 최적화되지 않은(그러니까 완벽하지 않은) 구조가 자연에서 빈번하게 발견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15 우주에는 진화가 꿈꿔왔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있다. 가능성은 실제보다 훨씬 강력하다. 자연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낸 모든 이론보다 훨씬 강력하다. 122
진화는 오래된 것에 새로운 것을 덧붙이거나 오래된 것 위에 새로운 것을 구축해나가는 방식으로 작동할 뿐, 필요하지 않게 된 모든 DNA를 지워버리진 않는다. 128 치키노사우루스: 새들은 공룡에서 진화한 생명체이므로 자연스럽게 유전체 안에 공룡 특성뿐만 아니라 그 후에 비활성화된 휴면 유전자를 갖고 있다. 2009년 닭에서 격세유전 유전자를 찾아내 치아가 난 조류를 처음으로 탄생시켰다. 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닭의 유전체에는 여전히 공룡 치아 유전자가 보조돼 있어서,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만 추가하면 부리 안에서 다시 치아가 자라난다. 칠레에서는 닭 다리로 공룡의 다리를 재현했고, 예일대에서는 닭의 두개골을 변형시켜 공룡과 더 비슷하게 만들었다. 129 문제는 정크 DNA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당황스럽게도 그 비율은 우주의 팽창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 추정하는 암흑물질 그리고 암흑에너지 비율과 비슷하다. 139 단백질을 구성하는 유전자는 전체 유전적 유산 중 일부 10%가 채 안되는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정크 DNA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의 유전체는 쓸모없는 정보와 잡음으로 가득하다. 단백질을 암호화해 그 결과 알려진 혹은 예측 가능한 기능을 하는 DNA의 작은 조각은 의미 없는 망망대해의 유전적 바다에서 가설 뗏목을 타고 떠다니는 것과 같다. 인간 유전체의 2% 미만만이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이며, 그마저도 상당 부분(9-18%)이 반응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공개되었다. 140-141
볕뉘
1.
읽은 지가 꽤 지났지만, 곁에 두고 있어 밑줄을 옮겨둔다. 책 안의 내용들은 일관되어 있다는 인상이나 최신 과학흐름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잘 짚어내었다. 이런 결론들만 기억에 남고 세부내용은 다시 들추고 나서야 각인되는 것들도 있다. 양파의 유전체가 사람의 다섯 배라든가 치키노사우러스는 여러 분들에게 얘기거리로 던져서 생생히 남아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2.
첫 장은 우주의 탄생과 함께 묘사하는 것이 루크레티우스의 클리나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이기도 해서 가장 강렬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연관해서 페이퍼를 남길까 하다 너무 길어져 이렇게 쪽편으로 남기고 있다.
3.
과학에 대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강한 우리들이 읽어봐야할 대목이기도 하다. 그것들이 놓치는 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또한 과학에 얼마나 이로울 수 있는가?는 역시 같은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신의 관점을 흔들어보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