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을 하지 않으면 폰으로 엑셀도 텍스트 작업도 할 수 없다. 취소하려면 찾아가기도 어렵다. 그렇게 돈이 슝슝 빠져나가도록 된 구조다. 합법적이다. 불편을 가장한 합법. 눈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기침이 가라앉지 않아 바깥 바람을 쐬기조차 삼가고 있다. 어제 저녁은 그나마 약을 먹지 않고 버티었는데, 새벽 나은 기미가 보인다. 달리면서 몸부리는 재미에 빠졌는데, 부상이 오거나 이렇게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더 간절해진다.


어제 저녁 손에 들린 책이다. 피터싱어와 영아살해에 대한 논쟁을 담은 첫 글을 읽는다. 무척 힘들다. 하지만 많이 좋아졌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아픈 존재는 무엇인가? 불편한 존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불편하기 그지 없던 예전과 달리 시선에 맞춰 읽어나갈 수 있어 다행이다.


무수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나의 존재 기반을 무너뜨리는 발언을 어떻게 수긍하고 긍정할 수 있을까? 논리와 말 이전에 존재가 있다. 머무르지 않고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말을 찾아야 한다. 논리도 싸움도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출발하는 것이 존재다. 


이유도 없이 굴복당한 무수한 존재들. 삶들. 말조차 없어 끙끙 앓던 이들. 무수한 편견과 시선의 겹겹으로 누르는 짐같은 하늘아래 사는 존재들. 삶들. 한줄기 빛과 같은 깨달음도 함께 하길. 우리는 서로 곡예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만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다. 삶을 사랑하기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아끼고 마음에 담기에 말이다.


볕뉘


며칠동안의 침체를 딛고 오늘은 강변까지 달려가고 싶다. 싱싱한 바람과 솟아오르는 땀의 호흡을 느끼고 싶다. 조금씩 작업이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갈증을 쌓아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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