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늘에서야 제시간이 난다. 인근 도서관에 들러 3-4배수로 싸간 책보자기에서 골라, 손이 가는대로 본다. 먼저 짚힌 녀석은 <새로운 주체로서...>란 논문이다. 대중-군중-계급의 관계를 잘 풀어해친 윤수종교수의 작품인데, 올해 대폭수정하여 철학학회에 발표한 것이란다. 그리고 <부서진미래>의 김순천님의 글이 여운이 짙다. 넘기다보니 건너뛸 수가 없다. <오르가즘의 기능>은 150쪽 남았는데 마져 읽다가 조금 남겨두었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모조리 이부근에 남겨둔 듯하다.

1. [새로운 주체의 등장과 사회운동의 방향], 대한철학회 2007 봄 학술대회 발표

1.1 헤게모니는 산업노동에서 비물질노동으로 이동하여, 육체노동의 비율이 현저히 줄어든 반면, 언어적 노동과 정서적 노동의 비중이 높아진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은 균질화하여 이해하고 배제를 전제로 한 유사개념들 - 국민, 민중, 인민 - 과 권력의 동태를 고려한 군중의 개념, 노동자 계급이 있으나, 설명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개념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생체정치적 순환 속에 있는 빈민을 룸펜쁘띠나 산업예비군이란 표현으로 주변화하거나 악마화하게 된다.
1.2 이러한 변화를 포괄하는, 이해투쟁이 아니라 욕망투쟁과 주체성생산투쟁에 기반하여, 비균질화된 상태를 나타내는 개념이 필요하다. 대중은 이런 면에서 '자본아래 일하는 모든 사람'을 지칭하며, 구심점은 소멸하지 않는 채 존속하는 다원성을 가지고 있다. 행동 또한 뚜렷한 이해가 아니라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소통성에 근거를둔다. 곧 내적으로 다른 상태, 색깔로 있으며 공통적으로 소통하고 활동하는 관점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1.3 자본주의 생산체계는 그 틀을 끊임없이 내화하며 도덕, 이윤획득논리, 자수성가의 논리로 자가생산한다. 하지만 이틀에 만족하지 못하는 요구, 열정, 능력, 욕망들이 분출하고 있다. 이해로 적대전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 입각하며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자유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은 자본주의 틀내로 소멸하지 않는 특이점들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아우토노미아 - full matrix, swarm intelligence)



2. <부서진 미래> - 제 8의 인간

 모래서걱이는 소리ㄱㅏ 들리지 않는가? 하루 14-5시간 영국산업혁명초기처럼 일하고 시급 2,900원, 거기에 해고까지 서슴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하청. 최저임금에 50원 더 언저준 것이 64만원(2005년 9월) - 구로공단은 구로디지탈무슨타운으로 바뀌고 고스란히 몇십년전 그 상황을 대물림하다. 아니 악독한 손해배상을 어김없이 청구하면서. 간병인도, 영화 스태프 조명기사도, 메인작가를 꿈꾸는 자료작가-서브작가.....경비원. 98년 근로자 파견법이 통과되면서 기회를 노린 듯, 26개업종 1100사나 생기고,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8000사가 넘는다한다. 2006년 현재
생태계가 불과 10년이 되지 않은 사이에 이렇게 정리되었다 한다.  그래서 과도ㅎㅏㄴ 노동과 빈곤에 시달리는 이 모둠을 세계화로 인해 유럽으로 이주한 빈민노동자를 제7의 인간으로 부르는데, 저자는 이에 빗대어 <제8의 인간>이라 부른다.  과도한 노동-빈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순환구조에 밀어넣거나, 가두고 있는 이 틀. 하지만 이 글은 열외자들의 삶이 대안과 답을 정확히 내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확히 살아있는 말, 불가능할 것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고,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단,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 밖에 있는 모둠일 뿐, 구체적이고 정확한 답을 살아있는 말로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간병인도, 노숙인도, 한국영화조수연대회의의 조명기사도, 구성작가도, 파견노동자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으려는 시도도, 들으려는 노력도, 대안을 가져오려고도 하지 않는 모래서걱이지 않는 세계의 수수방관이 더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전쟁이라면, 강제이주라면, 해일이라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습기처럼,안개처럼 삶과 죽음의 음계를 넘나들게 만드는 현실에 대표저자는 이 르뽀글들이 독자들의 마음에 들어가 불편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불편해하면 좋겠다고 한다. 아무도 현장의 현실을 말해주지 않고, 모두들 약속한 듯이, 64만원을 받아내면서도 '꿈'이란 이름으로 '불합리한 삶'들을 포장해내고 있다. 그럴수록 꿈꾸던 삶은 원심을 얻어 멀리 달아나고 있는 현실임에도. 이런 어이없이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아Q같은 합리화를 해대고 있다.

 


3. ktx....<그대들을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

 ㅅㅣ 한편이 생각난다. 절절한 느낌을 대변해줄 수 있는, 그러나 수중에 책이 없다.

 

계약직

-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나는 껌을 씹지 않는다/컵라면도 통조림도 먹지 않는다/봉지 커피도 티백 보리차도/드링크도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는다/물티슈도 네프킨도 종이컵도/나무젓가락도 볼펜도 쓰지 않는다

눈이 하얗게 내리던/크리스마스 이브/아스테이지에 돌돌 말려/빨간 리본을 단/장미 한 송이 받아들고/나는 울었다/내가 불쌍해서/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가여워서/눈물이 났다

제복을 입고 스카프를 두르면/어는 삐에로의 천진난만한 웃음보다/따뜻하고 화사하게 웃어야 했지만/웃으면 웃을수록/자꾸 자꾸 눈물이 났다

사는 것이/먹고 사는 것이/힘든 줄은 알았지만/이렇게 구차하고 비굴하고/가슴이 미어질 줄은 몰랐다

KTX 여승무원이 되고서야 나는/이 세상이/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의/눈물이라는 걸 알았다/흐르고 넘쳐/자꾸 자꾸 밀려오는/파도란 걸 알았다

4. <오르가즘의 기능>

이 책은 성교본이 아니다. 아니 맞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라이히가 몇십년,아니 평생을 살며 실천하고 연구하고, 임상 결과이기도 한, <대중>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책이다. 대중을 군중이나 국민이나 인민이나 민중으로 균질화하고 호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로, 도도한 장강의 물결처럼 선순환의 길로 접어들도록 노력한 흔적이 배여있는 책이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통섭과 과학에서 벗어나는 길목에서 잡으려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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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71028 시민독서프로젝트(作)
    from 木筆 2007-10-29 11:18 
      서울을 다녀오다. 지금 막 도착했으니, 열몇시간이 넘는 여정이다. 토론회<김순천,조정환,조한혜정>님이 토론자, 사회 고병권,  <김순천>님은 부서진미래 주저자이다. 사실 이름때문에 남자라고 여겼고, 문체나 표현에서는 시인이라고 느꼈는데 역시나 울림이 남다르고 잔잔하지만 마음이 흔들리도록 하는 톤이, 책의 행간을 닮았다 싶다. 토론자의 새로운 관점 보태기도 신선하고 재미있었고, 이백여명이 훨씬 더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