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의 속삭임, 아니 평소에 주말을 온전히 제것으로만 썼다. 그동안 쌓인 미안한 마음으로 어머니 밭으로 아이들과 함께, 반은 꼬셔 데리고 갔다. 고추밭이 작년과 달리, 그물을 쳐놓아 피해를 막은 듯 싶다. 비가 왔어도, 제법 빠알간 고추가 농염하다. 아이들은 재미가 들려 제법 익숙하게 밭을 우왕좌왕한다. 작년에도 고추를 땄건만, 어이하는지 젬병이다. 그러다가 요령이 생긴다.
고추꼭지는 가지사이를 한차례 비틀면서 달려있다. 쉬이 떨어지지 않게 나름, 진화를 한 것일테고, 꼭지달린 것이 비슷할 듯 싶다. 그렇게 내려오는 방향으로 힘을 주어 따게 되면, 가지도 손상도 되고 제대로 딸 수도 없다. 꼭지를 쥐고 결을 거슬러 반대방향으로 따면 쉽게, 가지도 상하지 않고 딸 수 있다. 요즘 눈에 들어오는 것이 나뭇가지, 옹이, 이런 것이니 이것도 제법 눈에 들어온다. (작년까지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그러다보니 한쪽에서 까투리가 후두둑 날아들더니 나갈 곳을 찾지 못해, 제대로 잡혔다. 일석이조 도랑치고, 가재잡고, 아이들이 신기한지 연신보고, 성질 급해 일찍 눈을 감고 있다. 마당은 선명한 원색 꽃들로 가을햇살에 눈부시다. 한 넘씩 그려 채워넣고 싶은 욕심이 한껏 생긴다. 그러다가 꿩맛까지 보고, 약속으로 자리를 뒤로 하다.
잠깐 강의장을 잠깐 들렀다가, 이것저것 챙겨, 산 그림자가 조금씩 스며들 쯤, 주로로 나선다. 천천히 허기도 목마름도 없지만, 중간 휴식시간을 많이 준 것이 착오. 약간의 간식에 덜미 잡혀, 일회전으로 끝을 맺었다. 그래도 가을바람 맛 보기가 참 좋다. 바람 결을 거스르는 맛이란, 이때가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다. 가을 전어가 아니라, 제 몸엔 가을달리기가 제맛이다. 보리밥에 고추 고추장에 찍어서 베어 먹는 맛이다.
예상을 깨고, 민*당 모후보가 선전, 흥행을 바란 한표가 유의미한 한표를 던진 셈이다. 다시, 한표를 일찌감치 던지고 마무리짓다.(세후보 모두 좋아한다. 단, 가점은 흥행에 두었다. 누가되는 상관은 없다.) 결을 거스르는 맛, 그래야 가을도 네 몸도, 내 몸도 신선한 맛이다. 새로운 것이 생활인에게 불쑥 다가섰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마음 속에 버무려졌으면 좋겠다.
070909 15k 간식, 사과- 떡 - 오이 - 버터치즈 한조각, 아~ 배불러 그만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