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69


신앙을 가진 자는,

기적을 체험할 수 없다.

대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70


나는 내용을 알지 못한다.

나는 열쇠를 갖고 있지 않다.

나는 풍문을 믿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이해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92


진실의 길은

공중 높이 매달려 있는 밧줄이 아니라,

땅바닥 바로 위에

낮게 매달린

밧줄 위에 있다.

그것은 걸어가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116


"주인 나리, 어디로 가시나요?"



"모른다." 나는 말했다,

"단지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단지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끊임없이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그래야 내 목표에 도착할 수 있어."



"그러시다면 나리께서는 목표를 아신단 말씀인가요?"그가

   물었다.

"그렇다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여기-에서-떠나는 것', 그것이 내 목표야."



볕뉘


 

1. 


터미널 옆까페, 다이소 옆에 들른지가 오래다. 도록을 챙겨 자전거 짐받이에 싣고 달린다. 주말은 그래도 자유스럽다. 작업실의 히터를 틀고 돌아오는 사이, 책 한줄 읽을 여유공간을 생각해낸다. 토스트 하나, 커피 한잔. 프란츠 카프카의 아포리즘 겸 시. 무척 잘 읽힌다. 


2.


 옆의 책에서 카프카의 단편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가 뼛속 깊이 니체주의자라는 사실도 확인한다. 단식광대나 빨간피터. 최후인간의 단편들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서술한다. 곡예사나 기예가의 삶이 무엇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 새삼느낄 수 있다. 루쉰도 겹치고, 그가 살아낸 삶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렇게 해묵은 노트와 드로잉 사이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빠른 것인가 늦은 것인가. 애초에 그런 것은 없지. 아침 또 훤히 동이 터오른다. 이렇게 속을 다 비워내야만 그 짜릿이 선물처럼 온다. 


3.


 단 친구, 단 이야기 갈증이 깊다. 주중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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