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는 토닥거린다. 창가 목련잎을 긋는 빗소리는 증폭기를 단 듯, 함석판처럼 선연하다. 황해문화 - 라면발과 함께 아이엠에프 10년관련 단편소설을 한모금 들이키다. 갑자기 소주생각이 났다. 이틀 전작이 있는데도, 한편의 소설의 힘은 아득한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너무 판에 박힌 지난흔적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완결도도 높은 편이 아니지만, 말뚝이 생각이 나서, 그냥 그랬다.

 귀가길 선술집을 들른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 묵힌 책들을 꺼내들었다. 라면 한사발로 요기하고 꾸벅꾸벅 졸다. 간간이 본 책글에 화들짝놀라  취한다. 졸음이 섞여 몽롱함까지, 대목대목을 겹쳐서인지, 해묵은 국어책을 보는 듯, 조동일교수의 문학과 철학의 접목, 한국철학은 야무지진 않았지만 무지한 중생에겐 쓴 소주같다.

 몇차례 비가 거센 늦은 오후, 생각은 길섶을 헤매이다 여기저기를 맴돌았다. 일터논문도 그러하고, 몇권의 책을 조각조각 건너면서 쓴 생각은 여기저기 더 헤매인다. 비를 흠뻑 맞은 꼴이다. 그렇게 생각길을 돌아다니다. 저녁말미 한차례 문전박대를 받아 모신 듯하니 설운 느낌도 든다. 그리 예민한 성격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에 들어오면 편치 않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을 땐 그것이 울타리를 친다. 때로 웅덩이의 물처럼. 출구를 찾지 못해 오른 혈압처럼.

 빗소리에 바람이 섞여 운다. 그것도 초가을을 섞었다. 맥주는 날카로운 첫키스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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