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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전 상가부터 너무 달렸나보다. 일요일 대구 인사가는 유니와 같이 내려와 작업실인근을 미니벨로로 다니기 시작하고, 이튿날 차를두고 로씨난데로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나서야 몸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저녁 두부와 저렴한 팽이버섯과 부추, 대파, 김치를 사서 보관 겸 마파두부요리를 시작한다. 먼저 세탁기를 돌린다. 끓는 물로 햇반을 데우고, 양념장을 만들고, 감바레 오또상 정종 한잔을 보탠다. 역시 일인상은 어렵다. 실패했다는 말, 음식을 남기지 않게 다 들었다는 말은 못하겠다. 다시 일인 요리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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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 등기를 보내고, 형제자전거;  로씨난데 1의 펑크를 수리한 곳이기도 한데 틀어진 휠과 기어의 유격을 손 봐줄만 한 곳이라 여기 다시들렀다.  수리점 앞에 지인 할베들이 서너 분이 모여 잡담중이다. 이 사람 뭐 실력있는겨? 야매 아니뎌. 농 사이라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조이고, 고무망치로 치고, 거꾸로 돌려 치고 틀고 하더니 돈도 받지 않을 요량으로 타보라고 한다.  급급 기어변속. 어 매끄러운데,   틱하며 벨트가 주저 앉는다.  아 다시 풀고 조이고 거꾸로 놓고 작업을 하더니, 바퀴 축이 틀어진 걸 발견하신거다. 육각렌치를 끼우고 지렛대처럼 몇 번 축을 흔든다.   그리고 나서 조심하지 말고 타라한다.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걸, 이만원을 건네니 만원만 받겠다고 한다. 선물처럼 주고 싶은 듯, 베푸는 마음이 보였다. 이 정도라구 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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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사장님과 양자역학 이야기(데이비드 봄 다큐)와 켄로치 최근 영화, 철학과 연계성, 현대인의 듣는 귀와 보여주려고만 하는 습속들의 한계 등등을 나눈다. 그러다가 오늘은 줄운동 미션의 날이라 로씨난데 2를 타고 봄빛이 도는 봄길을 다닌다. 매화가 핀 데가 있을 텐데 하니, 정말 화사하게 핀 몇 그루를 발견하는 맛이 짭잘하다. 며칠 전에 꼽아 둔 전시실의 홍매화와 청매화도 방긋방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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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동안 여기 상태로 지낸 것은 아닌가 싶어. 조금 차분해져 가기로 해. 몸도 마음도 말야. 의미와 논리, 차이와 반복.....우리는 동일한 것을 기억조차 할 수 없다. 의식이라는 것은 일종의 폭력과 강제를 겪는 과정이다. 사건이 생기고 나서야 인식되는 것이다. 행위의 99%는 특이하다. 그 특이함을 인식하는 것은 폭력과 강제를 겪기 때문이다. 세상이 삶이 그러한데도 우리는 습관을 만들고 그 속에서 안주하려 한다. 이를 '수동적 지복'이라고 한다.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가 분리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의식하는 순간.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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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를 놓쳤는데, 하이데거가 이런 인식을 과정을 선물이라고 여겼는데, 아니 여겨야 한다고 하자 들뢰즈는 부득불 말한다. 기호라고....그래야 한다고....


차오르고 그저 나눠주고 싶은 마음을 아느냐고,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타자의 나르시시즘을 안 첫 타자가 니체다. 니체가 가진 부는 형제자전거 사장이 갖는 순간적인 마음하고 비슷할 것이다. 차고 넘치고 뿌듯해하는 순간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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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이렇듯 넘치고 있다. 아니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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