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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말미, 남시인님이 오셔서 철수까지 지켜봐주신다. 시의 이력과 힘, 최근 시리즈 작업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단출한 짐을 옮기고 배웅까지 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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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된 전시기간은 하루 더, 토요일까지였다. 돌아가신 날, 생신에 마음을 다독이며 서로를 챙기기로 한 날이 마침 토요일이어서 금요일 기차표를 예약하고 조금 더 당기려하지만 매진된 열차는 당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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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누님이 음식를 사고 준비를 하고 늦은 밤까지 매형과 밀린 이야기들을 나눈다. 봄날처럼 따뜻한 생신날. 묘소도 편안한 봄날이다. 그렇게 한참을 머물다 또 대전에 머문다. 아이들과 밀리고밀린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나니 물음이 나에게로 향한다. 아빠는 어떠신가. 어머님이 걱정이었는데 하룻밤 자면서 나눈 이야기로 꿈에는 나타나지 않으신데..나두 정신없이 전시준비하고 황망하기로 했지만 이젠 마음의 딱지가 생긴 것 같다고 한다.  밀린 축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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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일찍 내려와 철수 짐들을 정리한다. 간이열풍기로 양면테이프 흔적을 덜어내고, 분류해서 단정하게 놓는다. 사무실에 건너와 소포들도 열고 닫고 하다보니 오후도 시간이 제법 지나 출출해진다. 막 생긴 넓디 넓은 부산밀면집이라기보단 빌딩이다. 책을 챙겨간 것이 화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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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말을 읽다. 마음과 가슴의 상처는 마침표에 찔린 듯 아프다. 문자가 이리 아픈 건 처음이다. 눈물이 밀려나온다. 글 사이를 보지 못하고 무심하고 허술했던 내가 밉다. 그렇게 큰 일이 일어난 줄 조차 몰랐다니 부끄럽다. 아픈 마음들을 챙기는 말조차 건네지 못한 것에 머쓱해졌다. 지난한 일년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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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문학영화가 많이 소개된다. 그것도 최신버전이다. 혼자 미디어를 끊은지는 몇년 째다. 몰아보기, 천만영화 쫓아보기가 그저 분노를 삭히고 가라앉히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문학과, 다시 영화화된 영상을 쫓는다. 생소한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지만 충분히 쫓아갈 수 있다. 소모되고 냉소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뜨거워지게되는 다른 독법들이 숨겨져 있다. 이런 문학-영화 리터러시라면 십분 이해할 수 있겠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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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부친 간의 관계. 변곡점이 되는 몇 편의 편지를 슬몃 소개한다. 지역과 남성상이 겹친다. 그 하늘은 무겁고도 짙다. 회색빛 먹구름들이 드리워져 있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밀려나가 하는 힘들이다. 글들의 많은 부분들이 책읽기와 삶읽기에 겹쳐있다. 응원한다. 여전히 지금을 짓누르는 삶들. 가장 끈질긴 족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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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책들. 인물들. 부분부분 겹치기도 하지만 부분부분 겹치지 않기도 하다. 연륜이나 삶의 흔적들에 책을 읽고 주변을 살피는 저자는 늘 깊은 곳을 보려한다. 그 이면들을 관찰한다. 그래서 시종일관 따스하다. 그 온기들이라면 저자가 가르키는 삶의 방향을 알 듯도 하다.  모처럼 깊이 있는 글과 책, 그림과 문학-영화 소개, 몸을 끄을면서 쓴 흔적들은 경이롭기도 하다.


볕뉘


1. 쾌차와 안녕을 빈다.


2. 미래란 과거을 안고 밀려가는 것이란 말. 

혼잣말의 근거를 여기서 찾다. 반가운 일이다.


3. 마지막 장도 시인으로 끝이 난다. 

정말 좋아하는 <패터슨>과 영화. 일상을 길어내고 세상을 건져올리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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