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토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이 책이 손에 집힌다. 간단한 점심으로 약간은 허기진 상황이어서 단골집에 주문을 넣고 따뜻한 물을 맥주컵에 챙겨주신다. 한모금 마시다가 그만 엎질러버린다. 어떡해. 이런. 사근사근한 베트남분 직원은 싹싹하게도 마무리해주신다. 고마워요.  그렇게 목차를 다시 살펴본다.


-2


앞부분에는 그림과 간단한 설명이 요약 겸해서 나온다. <항상 똑같다>는 1930년 대공황이 발생했을 때 당시 상황을 풍자하는 그림이다. 황소모습을 한 이가 안짱다리를 하며 입으로는 연신 비누거품을 만들어서 날리고 대중-개인들은 그 비눗방울 거품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1 (춥다싶어 보니, 송풍만 해두고 히팅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7장 21세기의 에너지와 퍼텐셜 - 신의 죽음 이후의 에너지와 힘(권력) 8장 시장을 넘어, 시장 밖에서 등등 끌리는 장들이다 싶다.


0


부산스런 준비들을 마치고 도입부를 읽는다. 번역자가 격앙되어 있다. 무언가 전달하고야 말리라는 모습으로 분주하다. 몇 꼭지가 걸린다.


인간은 지적 존재지만 동물처럼 그 자체로, 즉자적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결함적 존재이다. 이 비극을 인간은 '기술'과 '도구'를 중심으로 극복해왔지만 주류 철학은 오직 '주체'와 '인식'과 '이념'만 철학적 대상으로 사유해왔다. 거기서 고대 사회에서는 주로 노예가 담당해온 '노동'과 '기술'은 무의식적으로 사유의 대상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다. 즉 '주체'와 '인식'과 '이념'은 인간 주체로의 내부화 못지않게 '외부화'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 외부화가 인류 문명의 진정한 힘이라는 사실은 철저하게 무의식화되어 왔다. 저자는 이에 대해 서구 형이상학의 역사는 존재-망각의 역사라는 하이데거의 명제를 빌려 서구 사유의 역사는 기술-망각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45


<<프로타고라스>>에 따르면, 제우스는 인간과 동물에게 가각의 재주를 나누어줄 것을 프로메테우스에게 명하는데, 이를 대신 떠맡은 동생 에피메테우스(뒤늦게 깨닫는 자)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어떤 재주도 나눠주지 않고 망각하는 '실수'를 하고 만다. 이에 짐승들과 함께 거친 자연 환경 속에 내던져진 인간을 불쌍히 여긴 '미리-생각하는 자' 프로메테우스가 절름발이 대장장이 헤파이토스에게서 (특정한 재주가 아니라)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로 줁다. 그러자 제우스는 불이라는 신의 '기술'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에게 낮에는 코카서스 산에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내리고, 에피메테우스에게는 이후 기독교의 선악과와 관련된 이브와 비슷한 판도라(모든 선물)를 선물=독으로 준다. 이렇게 요약된 신화에서 인간은 기원에서부터 만물의 영장이기는커녕 본원적으로 결함, 결핍의 존재이다.


















1


안타깝게도 지금 여기, 섬나라인 우리는 과학기술을 신주단지 모시듯한다고 지금하면 백번을 넘는다 싶다. 지금도 연장선상인데, '인식론의 단절'을 선언하고 과감히 타 분야에서 이를 흡수한 곳과 달리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국뽕 무슨 뽕, 많고 많지만 과학(기술)뽕도 그 가운데 하나인 듯 싶다. 


2


이 책들의 시리즈들이 요긴할 것 같아 주문을 넣는다. 육휘(허욱) 책들도 말이다. 어서 보고 싶구나.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기술-망각의 역사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