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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고 액자를 맡기려고 전날 카톡은 남긴다. 오후에 계신다고 하니 아무래도 출강을 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전시관람 겸 산만한 느낌?의 관장님(중요한 시간을 정해야하는데 다른 답만 하시다니 ㅜㅜ)도 뵐 겸 건너간다. 액자 사장님은 첫 개인전을 최근에 여시기도 했다. 매년 액자를 하러가면 놀라 주신다. 이번에도 역시 대체 아이큐가 몇이세요? 하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작품들이 마음에 드시는 듯...이러면 따라하시는데 모르겠다.(따라하셔도 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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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관장님이 있어 위빙 전시를 같이 보며 얘기를 나눈다. 좋아하는 작품들이 겹친다. 슬며시 도록 초록을 보여드리는데 마음에 드시는 듯, 나오는데 화이팅 모션을 취하신다.  출출하다. 점심시간도 애매하고 국수집이나 들러 요기를 하고 들어가자 싶다. <국수이야기>가 유명하다 했는데 문이 닫혀 있다. 그래서 고른 식당이 꿈틀로, <수화식당>이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식당, 수화로 말하면 500원 깎아주신다. 휠체어타신 분들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있다. 유투버인가. 그런 공간 배치가 마음에 든다. 주 메뉴는 비빔밥이다. 뷔페 비빔밥 7,000원 제법 넓은 공간에 1과 3/4층도 있다. 잔치국수를 시켰는데 장애인 서빙도 마음에 든다. 깔끔한 국물맛에 양도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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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할 것을 챙겨 복귀할까하다 부산스러운 일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다.  그래 쉬자. 오늘을 무작업의 날. 쉬기로 하니 만사가 편하다. 이것저것 챙기다나니 달팽이책방의 책도착 카톡이 온다. 쉬자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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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샘의 추천사가 있는 책이다. 철학으로 저항하다. 들어가며를 읽는데 중간에 끊긴 느낌이다. 아차 싶은데 그대로 1장으로 이어진다.  강물에 쓸려내려가는 꿈을 많이 꾸었다. 뭐라도 간신히 잡아 그래도 살아남는 꿈들 말이다. 그렇게 잠긴 물안을 발로 디디고 걸어 길을 찾는 꿈도 많이 꾸었다. 그렇게 바닥이 있는 것인지 아득하기도 했다. 철학은 늘 너무 멀리 서있었다. 몸을 바꾸어주지 못하는 철학. 자세조차 바꾸어주는 철학들이 즐비했다. 그들의 구름 위를 떠돌고 있었다. 청천벽력도 벼락도 아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쓸려내려가지 않는 모든 것이 철학이라 한다.


인류세, 인신세, 툴루세, 자본세....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발트3국의 독립으로 인한 인공물의 노출 작품에서 인류의 황폐함을 느낀다. 디스토피아의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두는 순간 그 짙은 회색빛에는 단조로움이 섞여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위험함과 섬세함을 불러낸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위태위태하고 조심조심 깨질듯한 조심만이 살아남게 만든다. 없어지는 것도 끝도 아니다. 뭔가 대단한 전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에서 시작하는 길이다. 환원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살려내는 감각. 저자가 소개하는 이들 가운데 있는지도 좀더 살펴봐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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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창의성>은 데이비드 봄의 창의성이다. 春 봄춘으로 읽다니, 봄이 간절했다 싶다. 다행히 고른 책이 <<전체와 접힌 질서>>에서 이어지는 책들이어서 감사하다. 여기서도 여지 없이 이분법은 밟힌다. 나름대로는 몰지각하다 정도였는데 여기서는 "분열증"으로 확정짓는다. 


 좀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다. 우리는 귀가 얇거나 없다. 지난 기간동안 숱한 모임에서 만난 사람, 현대인들은 듣는 귀가 없었다. 그때그때 승부욕이 발동하는 것 같았다. 학회의 디스커션, 디베이트처럼 이기기에 급급했다. '소리주기율표' 듣는 귀를 열어두면 온갖 감정과 감성이 색깔이 보일 수 있다한다. 마음을 읽어내는 과정, 이기지 않아도 되는 대화, 좀더 따듯한 것을 나누어가질 수 있는 과정이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조금만 다르게 들어가보자. 좋은 힌트를 줄 수 있겠다 싶다. 저자의 말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의중이 중요한 것이다.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관심과 끈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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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스티글러 아직도 이름이 입에 배지 않는다. 대체 보관함에 왜 둔거야 했다. 그런데 폴비릴리오의 한 켠에서 받은 이름인 것 같다. 새물결출판사  숱하게 읽었지 아마. 다행히 출간계획을 보니 이 양반 출간 소식이 일렬로 서 있다. 노동-망각이 아니라 기술-망각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고....에코(메아리)도 초음파처럼 그 공명으로 촬영하는 그 상태를 가르킨다 한다. 1952년생인데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데리다(잘 번역된 책이 없다.)의 제자. 이 곳에는 이상할 정도로 기술의 그림자를 살피지 않는다. 달에 태극기 꽂을 생각이나 어깨에 힘들어가게 해주면 마치 우쭐찬란으로 도배가 되니 말이다. 늦었지만 좋은 기획과 난상토론에 불꽃을 당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럴리가 당분간은 없겠지만 말이다. 스마트팩토리. 자기 일자리를 갉아먹으면서도 신음소리조차 못내는 현실이라니...꽁지는 타들어가는데 입으로는 스마트 스마트라 외치는 꼴이라니.. ..베르나르 스티글러, 난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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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디디-위베르만 어 또 책이 나왔네. 누가 읽는다고 출판이람...그래도 나는 좋아. 네 책을 읽고 볼 수 있다니...검색하다보니 다른 출판사에서도 나왔네. 또 봐야지..


조너선 크레리도 지금까지 150년동안 '주의력 결핍' 의 역사를 쫓아간다. 그리고 기술과 그 후광과 칼날에 대한 좀더 큰 스케일의 묘사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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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루치기를 드뎌 시켰다. 설사장님은 오늘은 점심부터 모두 두루치기 메뉴를 시켰다한다. 식사하면서 책을 챙겨보다가 오늘은 금주를 해볼까 했는데 하이볼 한캔을 챙겨 천천히 독서를 즐긴다.  어 그런데 하이볼 너 도수가 쎄구나..울그락해진다....그래도 좋은 휴식이었지 오늘은. 동생 제주 감귤 두짝이 도착해 인심쓰고 맛본다. 상큼하다. 그래 그런 날이었어. 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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