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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식당에 정말 오랜만에 들르다. 주방에 불이 꺼져있고, 온풍기는 틀지 않았고 한기에 손님도 없어 지키고 있는 모습은 여전하다. 백색소음처럼 켜져있는 텔레비전은 막장 연속극이다. 순간순간 전환이 빠른 톤의 배경음악도 친숙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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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가서는 석고 작업한 것들을 포장한다. 귀퉁이나 모서리를 떼운 것들이 있어 조심조심 낱개 포장을 하고 상자에 쇼핑백에 담는다. 늘 준비과정에서 예상치 못하는 변수들이 있다. 생각지 못하는 일들이 있어 긴장도 되고 나중의 이야기꺼리를 낳기도 한다. 이번에는 프사의 저 녀석이다. 물고기는 코가 둘이다. 들어온 물이 빠져나가야 되니 구멍이 뻥 뚫려있는데 냄새를 맡는단다. 연어의 귀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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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강연이 준비기간 중에 잡혀 매끄러운 준비를 할 수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일로 매끄럽게 해결된 부분이 많다. 시집출간 소식을 목격한 일도, 산책기간 내내 나눈 이야기들이 <다다르다>는 시로 되돌아 온다. 타이포그래피 즉석 강연 준비하면서 이어지지 않던 부분이 강연준비 밖에서 하고나서 굵은 실선으로 그어주는 부분이 생긴다. 그 때는 몰랐지만 정리해내면서 그 과정 역시 고비였다는 점. 곁에 있던 친구들의 조언이 도움으로 맴돌아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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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이나 감성, 감정을 다루는 그물들은 우리가 미래를 향하고 있지 않다는 걸 염두에 둔다. 찰라의 순간 우리는 점점 박혀있는 과거를 잇는 매듭이나 뿌리를 내린다는 걸 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인이 아닌 것이다. 미래를 등지고 서서 지금의 지점에서 과거를 안고 밀려가는 것이 미래인 것이다.
1
그러니 '지난 흔적'을 서투르게 여기지 않는다면 지난 일들에서 숱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건 과장이 아니다. 하나하나 한점한점 다른 각도로 빛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
경마장의 경마처럼 앞을 보고 채근하는 것이 아니라, 뒤를 보고 크게 쉼호흡하고 과거와 실수라는 양념을 첨가해두는 것이다. 당신은 그 그릇에 조금씩 기다리고 대기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적정한 온도로 말이다. 그래서 무의식도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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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치기요 했는데, 김치찌개를 해주신다. 감사한 일이다. 과식 지점이었는데 후후. 반주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