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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바쁘다 바뻐. 급여날이기도 하구, 전시미팅도 잡혀있구. 이런 날은 뱅킹도 잘 되지 않더라. 몇 차례나 다시 해서야 간신히 된다. 거래처부터 입금하구보니 시간이 미팅시간이 잠시 뒤다. 서둘러 섬안다리를 건너다. 시원시원한 큐레이팅 덕분에 일들이 가닥이 잡히고 해내야할 일들이 준다.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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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손가네 만두집을 간다. 봐둔 곳이긴 한데, 이곳이 그 비빔만두의 명소란다. 만두국에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모듬만두 한판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젊은 작가들은 자아란 것이 마치 있는 것 마냥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다, 그 표현에 갇혀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보탠다. 자기를 응시하거나 증상에 말을 붙여나서야 자기밖을 맴돌 수 있다. 그 한계를 설정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독서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근시안때문일 것이다. 비평가를 애써 만나지 마라는 말도 살짝 걸린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없을까. 이렇게 합을 맞춰보니 제법이다 싶다. 내년 전시 소식도 슬쩍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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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제주도 여행사진에 걸린 무표정. 마음에 걸려 올라간다. 배다리 막걸리 두 병을 사들고, 딩동. 그 새 아들 온다는 소식도 잊으셨나. 누님 전화까지 왔는데, 음식 준비해두었으니 빈 손으로 오라고. 하소연도 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했다. 하시라구.....하고싶은 얘기가 많으셨나보다. 먹을 걸 자꾸 갔다주는데, 그걸보면 아부지 생각난다고 같이 못드셔서 어떡하냐구......


좋은 데 가셔서 보고싶은 사람, 보고싶은 친구들 하고 술도 배워 잘 지내고 있는데 왠 걱정이냐구

이렇게 이렇게

틈만나면 말씀드리고, 그 음식 배드민턴 장 분들에게 주시라고...도록들도 가져왔으니 챙겨드리구요....그러더니 일요일 약속을 잡으신다....그 양반들 다음 날 아침 다시 연락이다. 피해줄까봐...오시지 못하겠다고....어머니는 음식싸서 가져가신단다.


그러다가 작은 수첩에 적힌 일기를 본다. 무엇을 먹었는지 기분이 어떤지 걸음수까지 적어놓으신다. 나아지고 계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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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두 권이 걸려 챙긴다. 

 이 책도 생각나고, 식물의 사유부터 이끼까지 같은 부류의 책들을 모아 읽고도 싶다. 연결 지점이나 기획이 궁금했는데 서문을 보니 이어지는 연구서다. 


고양이를 연구한 칠레의 바렐라 책이 앞부분만 접혀있어 가져간다. 어디쯤에서 읽힐까. 하지만 어머니가 챙겨준 귤과 사과를 넣은 가방 무게가 만만치 않다. 그렇게 예식까지 돌아다니다 내려온다.


0.


열차에 몸을 담으니, 옆자리에 아는 지인분이 타신다. 세상에 이런 일이...귤을 드리고 그간 안부를 나눈다.


1. 늦은 토요일 일요일 온전히 작업이다. 할 만큼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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