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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라이딩. 아니 자전차 느낌이다. 업무마치고 돌아가는 길같은 일상. 페달을 밟고 찬바람이 스미는데, 아버지의 탄광시절이 생각난다. 도시락을 주러간 것인지 아니면 퇴근길인 건지 모르겠지만 함태탄광의  컨베이어를 말안장 위에 서서 타듯 내리던 모습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되새김기억은 상실감이 배경이 되어 또렷해졌다. 막장에서 사고로 구조되어 7개월을 병원생활했다고 한다. 아마 이 체험이 7-8년뒤 그곳을 떠나온 배경이 됐을 것이다. 점방, 양계장, 밭일...어림잡아도 일이 3잡 4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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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랑바레로 부장님은 투병중이다. 벌써 9개월째. 장애인등급이 나왔다고 한다. 일터는 빈자리가 커지고 있다. 직장님이 세세히 말하길 노력은 해보지만 일장악력이나 일순서들이 매끄럽지 않다고 한다. 언젠가 짚어주셔야 내년 대보수기간에 좀더 깔끔하게 일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귀뜸해주신다. 


1.


마뚜라나의 책 뒷부분에는 사랑이란 대목이 나온다. 식물씨앗이든 나비든 애벌레든 신뢰가 없으면 세상에 나올 수 없다한다. 조금만 삐끗해도 생명이 될 수 없다고 말이다. 물에 빠질 것 같은 아이를 구하는 심경 역시 그러하다고 말한다. 연애가 아니라 식사 뒤 음식부스러기를 챙겨가는 거미를 봐주며 놔두는 것들이 사랑이라고 한다. 민주주의가 의견을 공유하는 만큼만 진행되는 것이라면 사랑이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나머지를 채우는 감정이라고 말이다. 책임도 대단한 것이 아니라 '마음씀'이라고 말한다.


2.


국밥을 들고 반주를 하고 있는데 켜진 채널A에서는 진행자가 희죽거리면서 전쟁소식을 볼거리라고 현장화면을 전한다. 차마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귀마저 막고 싶었다. 폭음소리. 비명소리. 이어지는 자막에는 로켓은 북한제 의심. 그들은 가르고 찢고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면 온갖짓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 패널에게 어떤 코칭을 할까 생각해보자 더 끔찍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책임지지 않는 자들. 애초에 마음쓸 생각조차 없는 집단들이 언론과 권력이라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3.


자전거 라이트를 켜고 돌아와 보지 않던 유튜브 정치채널을 본다. 이제서야 조금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정치인이 되지 말고 정치를 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제발. 하루하루 빚에 허덕이는 젊고 아픈 애딸린 사람들을 보라. 얼마나 지옥같겠는가. 하루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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