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의식에서 벗어나면 자신을 초월할 수 있다. 관심과 호기심은 본질적으로 우리 바깥의 다른 것을 향해 끝없이 확장된다. 관심과 호기심을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도구적으로 이해하려는 성향을 유보할 수 있다. 189쪽
0.
어~ 이 책이 왜 여기 있지. #달팽이책방 에는 영자읽기모임이 있다. 한 권을 정해 낭독하는 모임인데 벌써 오주년이란다. 알만한 분이 전시준비를 하고 있다. 쥔장에게 몇백권을 기념하여 받은 책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이건 페터의 책과 유사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SNS세대, 아니 지금 살아가는 이들이 읽기에 안성맞춤이구나 했다.
1.
전시에는 참여 컨셉도 있는데, 책의 문구를 적어서 붙이거나 낭독해서 보내면 전시장에서 배경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해놓는다. <수영장의 그레고리>라는 호크니가
나오는 대목으로 녹음화일을 보내 미션도 수행할 겸, 밑줄을 다시 읽어본다.
2.
저자는 젊은 예술가이다. 에피쿠르스, 견유주의, 바틀비 등등 이름을 들어봤을 이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리고 그 행간의 하고싶은 말들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녹여내는 재주가 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을 관찰하거나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면 대부분 자기 착취에 빠져있다. 해내야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게 한다. 성과나 목표가 사실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피곤하다. 메여있어서 주말은 온전한 내 것이 되지 못한다. 피곤과 강박에 매여있어 피곤이 폭습한다. 그러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싶으면 월요일이 코앞이다.
3.
사람들은 '궁금'해할 틈이 없다. 궁금을 자라게 하지 못한다.(저자는 관심과 호기심이란 표현을 쓴다.)
"계속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바틀비 정신도 필요하지만 고독이라는 신발을 신을 수 있다면, 틀림없이 당신은 여기저기 갈 수 있는 삶의 근력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 대목을 장황하게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내려놓자.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말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생기기 직전이다. 번아웃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공식질병이 바로 곁에 있는 것이다. 맞다 과로. 너무도 강력하게 매여있기 때문이다.
4.
저자는 문제제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 방법을 쉽게 편안하게 아니 생생하게 다가가도록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는 점도 기억하자. 우리는 원격시선에 중독되어 있는 세대다. 마샬 맥루언의 시각경도를 말하지 않더라도 SNS와 매체에 얽혀있어 난독증은 물론 독해능력도 현저히 떨어져가고 있다. 궁금하거나 관심, 호기심은 시각에서 자라지 않는다. 대부분이 착각하는데 실제로는 촉감이나 다른 감각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시각의 몇 십배, 아니 몇 백백 강렬함이 나의 꿈 속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나 관심을 유발한다.
5.
만들면 만들수록 다양한 감각을 베이게 하면 할수록 여러 긴장이 풀릴 확율이 높다. <<손의 모험>><<리페어 컬쳐>> 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예술가의 자극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취미와 동호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은 그만큼 온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늘 답을 손에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제3의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 그 자신감과 자긍심이 없었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답은 늘 곁에. 손내밀자 잡힐 것이다. 우리 모두 거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6.
빛의 공해로 뒤범벅된 곳에서는 그늘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경계로 다가서거나 경계에 위치지움으로써 또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달라지거나 거듭날 수 있다. 그제서야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위의 여러 꼭지를 조합해서 느껴보시길 바란다. 삶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