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몇 일정이 겹쳐 어젯밤부터 잠을 설친다. 중간에 한번 깨고, 반쯤 열어둔 창문 사이로 가끔 냉기를 느낀다.

1. 


이른 아침 요기를 하려고 하지만, 역 구내 분식집은 아니 오픈 전이다. 아아가 필요치 않은 것 같아 따듯한 병커피를 챙긴다.

2. 


문서 작업을 해보려고 하니 키보드도 문서뷰어도 한글독스(독사라 읽어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를 설치한다. 스마트보드도 지우고 다시 연결을 몇 번하니 된다. 주말 보내주기로 한 행사개요문서를 작성하다 두고 이렇게 딴 짓이다.

3. 


일터 동료들과 회식이 늦어져 보다가 접은 책. 페터 슬로터다이크 두 권을 챙긴다. <<냉소적 이성 비판>>과 함께.

4. 


이 친구는 참 재미있다. 지금을 특징 짓는 것이 냉소라 한다. 폴 비릴리오의 속도나 원격적객체를 강조하는 것처럼 우리는 대단히 중요한 무언가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살아있되 살아있지 않다고 말한다.

5. 


그래서 그는 할 말이 많고 그가 언급하는 냉소적 이성-대중(경멸해서 평균을 고집하여 수직적 편차를 인정하지 않는)-복음은 연결되어 있다. 철학은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고 그나마 구해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들을 취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번역자는 ‘드라마‘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현대적 냉소주의는 소박한 이데올로기들과 이에 대한, 계몽의 뒤를 이어 나타난 의식의 상태라고자신을 표현한다."8) 슬로터다이크의 인식에 의하면 이데올로기 비판이 진행되면 될수록, 즉 계몽의 영역이 확대되면 될수록 우리는 더욱더 냉소적이 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비판은 통상 허위의식의 계몽으로 이해된다. 이런 관점에서 "냉소주의는 계몽된 허위의식" (Aufgeklärtes falsches Bewußtsein)과 다를바 없다.

"그것은 현대화된 불행한 의식이다. 계몽은 이 의식에 대해 성공적이지만 동시에 헛되이 작업을 하였다. 냉소주의는 계몽의 교훈을 배우긴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 뿐더러 아마 실행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 P22

슬로터다이크는 여기서 경멸이 현대사회의 전염병이 되었으며, 대중은 경멸을 통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이비 주체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슬로터다이크에 따르면 현대는 대중을 주체로 발전시키고자 했던시대이다. 대중과 함께 정치적 무대에는 강력하고 엄청난 행위자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슬로터다이크는 "대중이 주체가 되고 거기에다의지뿐만 아니라 역사를 얻는다면 형식이 임의대로 재료를 주무를 수있다고 믿었던 이상주의적 교만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왜 대중은 경멸의 사이비 주체가 된 것인가? 슬로터다이크는 대중을주체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근대의 기획이 실패한 가장 커다란 이유는‘평등지상주의‘에 있다고 말한다.  - P31

"니체의 시학이 간접적 찬사의 규칙들을 지양하고 타인칭송을 자기칭송으로 대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확인은 단지 새로운 개간지의 바깥층만을 보여줄 뿐이다. 더욱 깊은 차원에서 니체의 긍정적 언어는여전히 낯선 것을 칭송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 니체의 언어는아직까지 찬미된 바 없는 비(非)자아를 칭송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다른 인격의 타자성 이상의 것인 타자성에 전념한다."37)슬로터다이크의 서술을 통해 니체는 결국 자기를 칭송하기보다는타자를 칭송하는 저자로서 나타난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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