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알라딘에는 리토피아 <<돌이나 물이나 그런>>시집을 구할 수가 없다.(곧 되겠죠. 감사) 


 -1. 구월의 이틀 삼일이 지나자 찬기운이 느껴진다. 얄팍한 마음은 벌써 몸의 길로 깊숙히 들어가 겨울초입까지 간다싶다. 오늘 구름도 하늘의 파랑도 부지런해 아름답다. 


-2.  다른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춘도 지났다.(아직도 그런 부류들이 많기는 하지만, 남시인은 시 한가운데에서 '라떼'라고 꼰대에게 막대기를 들이대기도 한다. 83p)평균적인 남성의 삶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수 많은 언어들이 이에 적합하게 일대기에 맞춰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것이 현실이다. 시인의 말은 그들을 닮지 않았다.  


-3. 그는 철저히 식물성이다. <<상처를 만지다>>란 시집.(알라딘에서 검색할 수 있겠죠.)에서 태초에 빛이 아니라 태초에 상처가 있었다라고 선언(105p)한다. 상처로 우리의 언어들이 회자되고 사유할 수 있다면 분명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시집의 행간을 읽어보면 시인은 식사시간이 길 수 밖에 없으며, 평균적인 한국 일터 생활인들과 사뭇  먼 가장자리(그제서야 보이는, 53p)에 자리잡고있다.


 1.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시집이 도착해 푹 빠져든다. 제 1부는 호주(戶主)(15p)로 시작해 여성성 강한 시들로 가득하다.(박은옥 41p) 小史(22p)에서 여자는 언제 죽었나라 물으면서도 어머니의 삶이 한번 더 언제 죽었는지 되묻고 있다. 시인의 여성성은 그저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표준적인 남성상으로 느낄 수 없는 잔잔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여기저기 박히고 기록해두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시인의 말, 7p)


2. 이 시집에서는 또 다른 그의 습관? 아니 그의 삶에서 기면과 얽혀있는 부분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바닷가 우체국장님의 점심일과가 그려지기도 하는데, 시인은 주류에서 벗어난? 식습관의 차이와 불쑥 몰려드는 잠을 소재로 삼는다. 


3. 다르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코로나(제3부)를 반추한다. 정상인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일터에서도 몇 분이 세상을 등지기도 하고, 아주 가까운 현장대장님이 바이러스성 신경염으로 재활에 전념중이기도 하다. 누님도 완쾌되긴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전정기관이 문제가 생겨 몇 달을 고생하기도 해서...끊임없이 정상이란 무엇일까 되묻게 되기도 한다. 환자이거나 환우. 다르다는 스펙트럼은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단어까지 폭 넓다. 왜 그렇게 부류짓거나 편(편먹다, 112p)을 먹으려 하는 것인지. 그냥 다른 체로 놓아두질 않는다. 서로 다른 채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중심에 중심으로 들어가려는 노력만이 삶인 줄 아는 우리들은 스스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 가장자리에 서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자리에 서 있는 분들로 출렁거리는 것이다. 아플 것이다. 나이들 것이다. 차별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4. 60대초반의 은퇴한 남성. 여러분의 선입견은 어디에 걸려있는가? 그는 부지런히 꼼꼼히 읽고 전시들을 세세히 챙기고, 그 흔적들을 치밀하게 남긴다.  그는 언제부터 그렇게 살았을까. 시인은 사랑(98p)이란 시에서 그 비밀을 밝힌다. 밥상머리에서 불현듯 터지던 기도가 언제부터 "사랑합니다!"로 바뀌었다 한다. 구하지 않고, 기구하지 않고 애愛써 살았다 한다. 따듯하고 부드럽고 부지런한 시인의 일상은 곁에서 보기에도 남다르다. 깊이 반짝인다.


덧글.  제 5부는 80년대에 쓴 시로 이루어졌는데, 꺅꺅(185p)부터 각별한 내공이 느껴진다. 시에 대한 사랑이 남다름은 물론 출구(7p 발견하는 언어, 52p 그제서야 보이는 76p 이튿날 새벽)를 간간히 남겨두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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