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여러 일정이 겹친다. 중학교 가는 마지막 계단길.(이사 온 곳에서 이리 가까운 줄 몰랐다.) 어머니와 산책도중 발견하다나니 여러 느낌들이 올라온다. 하루의 밤. 어머니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내려오는 길 대부분이 매진이다.(그 와중에 누가 부르기에 돌아섰더니 논산에서 올라오는 지인이다.) 버스를 예매하고 취소하고 기차를 다시 탈 수 있어 다행이다. 이른 시간이었기에 그럴 수 있다. 제법 편안하게 다음 일정으로 합류하다.
1. 대전 미술관, 머물기로 한 초정행궁 부근의 '운보의 집'을 잠시 들르다. 그리고 예술공장두레 주관 마당극도 관람하다.(제19회 농촌우수마당극큰잔치)
2. 백팩에 넣은 책들이 제법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데로 견딜만 하다. (아무래도 라이딩의 힘인 듯.) 올라가는 길에는 기차 안에서 랭보가 손에 잡혔고, 불암산 그늘이 좋은 집에서는 <<인류세의 윤리>> 개요가 잡힌다. 대전으로 내려오는 길엔 <<생물학의 쓸모>>가 남은 동선에서 <<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이 손에 맴돌아 버린다.
3. 2박 3일이 2박5일처럼 길게 느껴진다. 많은 시간 책담과 삶담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각들이 추스려진다. 두 책이야기를 안주삼아 전하고 나누다보니, 초연을 한 <산막골돌각시> 마당극의 늑대인간하고 겹쳐 놀란다. 의상 예술가의 <외줄타기 광대>의 옷만들기 이야기를 하다가 외줄타는 곡예사의 단편소설 얘기로 번졌고, 갇혀있는 삶들에 대한 나누기로 이어진다.
4. 청원은 무척 크고 넓다. 상당산성 휴양림에서 일박은 호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슬란드 여행객들의 놀라움과 경험을 식기 전에 맛보는 기분이기도 하다. 책여행한 경험을 찾아내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결국 찾아내었다.
5.
가만히 있으면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다. 그 방법은 더 기묘하고 짜릿하기도 하다. 몇주전 다녀온 피렌체는 다른 여행객들이 겪지 못하는 날 것들을 오히려 많이 얻었을 것이다. 벽에 붙여둔 지명을 자꾸 보게 된 일도 그렇고,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정말 다르다. 책여행을 하면서 꼭 가고 싶다는. 인구 30만. 갓난 아이들이 유난히 많다는. 지인들 입여행에 그만 부러워졌다.
6. 맥락이 없는 자들의 대거 출현을 저지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스토리와 맥락을 짚어주는 자들의 출현이다. 뭐라도 하자. 시간이라는 외줄을 걷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좁고 비좁은 외줄에서 충분히 곡예할 수 있도록 그 길을 넓히고 뛰어노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없는 것이 아니다.
-1. 벗이 빌려간 책이 다른 이에게 옮겨진다는 소식이 왔다. 한 권은 정말 잘 봤고, 한 권은 어려웠지만 다른 이가 좋아할 것 같아 건넨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