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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아랑곳하지 않고 빌라투룸의 온도는 29도. 24도 25도의 날씨였음에도 책들이 품고 있는 잠열은 여전한 듯 싶다. 암막을 하면 낫다는 sns의 연동 지시로 이중창 사이로 50호 캔버스 커버를 넣고 온다. 며칠 차수리를 맡겼더니 휴가철이라 더디다. 어제 아침 비가 억수로 내리고 바람이 부는데 결국 카카오나 콜택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결국 뚜벅이로 나오는데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렸더니 비는 흩날리고 바람은 거세진다. 어쩔 수 없이 동료 호출을 한다. 찰랑찰랑 공단 도로는 물을 머금은 곳이 하나둘 늘기 시작이다. 시간당 10-20mm 아직 200mm를 넘지 않아 강풍이 더 걱정이었다. 큰 일은 아니고 밤새 작은 일들이 몇 건 있었지만 다행이 곁에 있어 무조건 작업은 홀딩상태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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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기예보도 쉽게 믿기지가 않아 소**tv를 보고나서야 가늠이 된다. 패턴이 없는 패턴. 기상이 패턴이 없어졌다는 말. 기상행위가 다른 모습을 보인다니, 더이상 전문가들의 보고를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개탄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일일이 찾아보고 비교를 해야되다니, 전문가도 그러한데 하물며 정부는 무얼 믿어야 한단 말인가. 문자폭탄이 한가득. 도대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건 무엇인가 싶다.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0.1 동료의 차를 타고 작업실로 조금 일찍 퇴근한다. 오후 들어 비는 그치고 바람도 잠잠해져서 자전거를 챙겨 마스킹액을 사러 간다. 다이소도 들르고 시장에서 막 나온 아오리사과도 챙긴다. 한밤에도 잔가지와 잎사귀가 쌓인 자전거도로를 다니다가 그 길로 출근한다. 안도감이 몰려온다. 며칠 전전긍긍한 일들이 맺혀있던 모양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태풍. 또 얼마나 많은 태풍을 겪어야 하나 싶다.


1. 그 와중에 이 책을 완독하다. 4부는 지루하기도 했는데, 벽돌책이기도 해서 일 것이다. 다행히 리처드 세넷을 호출해내서 견딜 수 있었다. 손의 모험, 수공업, 공예의 시대도 다른 의미로 다가설 것이다. 









2.  이 책은 인간공학, 아니 '철학적 인간학'이란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리스부터 붓다, 예수, 실존주의, 하이데거, 마르크스, 트로츠키, 룩셈부르크, 공산주의 혁명가, 트레이너, 현재의 성형학이나 유전자조작까지 사상가들과 기술요소들을 인간학이라는 측면에서 모조리 불러 세운다. 그렇게 왜 불러세우는지 비교해보는 맛이 쏠쏠하다. 다른 잣대와 유사한 측면들을 추스리기도 좋다.


3.너의 삶들을 바꿔야 한다는 릴케의 시 토르소(책표지처럼)에서 따온 것이다. 마치 들뢰즈의 기관없는 신체를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물로 이 이런 언급은 책 속에 없다. 넓이와 깊이. 높이에 대한 사유도 맥락이 닿아있기도 하다.


 4. 그렇지만 주체, 개인이라는 개념들이 저작의 근간이다. 관계들이나 현상들이 아니라 자아라는 개념이 인간공학의 뿌리인 것이다. 모르겠다. 비체로 다시 사유할 수 있는 것인지 머뭇거려진다... ...가능할 것 같다. 


5. 저자는 독일에서 자유기고가라는 부류로 알려져 있다한다. 그 역할을 인정하거나 개척해가는 것이 좋아보인다. 과잉대표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교수나 승자독식의 언론발이나 다양한 시각들을 찾아보거나 인정조차 하지 않는 여기의 현실을 볼 때, 잡학의 아성을 쌓는 저자의 독특함이 돋보인다. 면역학이라는 개념은 로베르토 에스포지토가 이 저자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기도 한다. 저자는 니체에게서 차용했다고 한다. 개념들의 차용이 중요한 것인지 어디서 출발한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6. 4쇄가 넘은 <<17세기 자연 철학>>은 그런면에서 인물들이 개념을 서로 어떻게 차용하는지 세세히 파악해낸다.  위대한 일인이라는 것 역시 빙산의 일각. 저류에 대한 관점들과 흐름들을 찾아내려해야 맥락에 더 가깝게 다가서는 것일 것이다.




7. 완독해내기가 무척 어려웠다. 관련된 책들은 품절에 고가인 도서가 되어버렸다. 주말 태풍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온전히 쉴 수 있겠다 싶다. 가을 어서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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