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

 

 1. 전시 마지막 날. 가족들이 내려와 전시 철수 일정을 조금 앞당기기로 했다. 어쩌면 막내녀석의 수고를 줄일 겸해서 식사시간도 서두르면 좋을 듯해서 이기도 하다. 예정시간보다 빠르게 시작하였지만 열풍기로 스티커 잔유물들을 제거하다보니 느리다 싶다. 시간보다 일찍온 미니는 짐들을 옮기다보니 일머리나 일요령이 장난이 아니다 싶다. 전동드라이버를 다루는 솜씨나 차량에 하나하나 채워넣는 순서에 어 이 녀석! 생각보다 잘하는데, 부르지 않았으면 어쩔 뻔. 가벽까지 순조롭게, 날카로워지는 날씨를 버티면서 마무리를 하게 된다. 퍼티(빠데)로 못 자국이나 금들을 채우고 반듯하게 해 놓았다. 깔끔해졌다. 사진 한장! 찰칵!!

 

2. 주인장님이 선물을 건넨다. 달콤하고 맛나는 비싼 홍차 세트.  그리고 <흰 바람벽이 있어>란 엽서. 그리고 곱게 써내려간 감사의 글.

 

3. 303호. 바닷가에 자리잡은 스위트 룸이다. 네 분이 머무를 수 있고 간이 테이블이 있어 전시기간 내내 인기를 끌었던 방이다. 송도 사진전을 여는 곳이기도 하고 파도 소리의 긴 여운이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맥주집이나 횟집 건너편으로 손님들의 환영이벤트를 하기에도 적당한 곳이기도 하다.  3-4년전에 내부 보수를 한 곳인데 이렇게 창호지를 바르고, 그 사이에 단풍잎들이 맛갈스럽게 들어있기도 하다.

 

4.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가난하고 외롭고 노옾고 쓸쓸하니라면서 싯구를 외워본다. 가난하고 외 롭고 쓸쓸하니 입 속으로 메아리를 지어본다. 이렇게 2021년을 보내었다 싶다.

 

 

 5. 황석영 단편 <입석부근>의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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