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팔이 20대 초반의 이종격투기 선수는 어려서 사고로 한 팔을 읽어버렸는데 -
그를 k라고 부르자 - k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나처럼 팔이 불편한 사람보다는 취업을 훨씬 잘한다. 그 이유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손으로 하는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지만, 손이 불편한 사람은 더 많은 일에서 그보다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차별받아왔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그는 가까운 이종격투기 도장을 찾았고, 그의 능력을 인정한 사범의 권유로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기로 하고 트레이닝을 받았다. 사범은 인터뷰에서 이 선수가 다른 사람보다 서너 배는 더 노력을 해야만 정상인과 같은 테크틱과 파워, 그리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강인한 정신력이 시 선수의 장점이라고 얘기했다.

 이어서 장면은 바뀌고 이종격투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k 가 등장한다. 경기가 문자 그대로 '피를 튀기며'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링 주위의 여러 의자에 앉은 관중들은 탁자 위에 놓인 마실 것 혹은 먹을 것을 먹고 마시며, 또 담배도 피면서 그 '피튀기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환호하며 즐기는 관중의 반 이상은 여성이었으며,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이 모두 주저없이 이종격투기를 최상의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로 꼽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k는 상대선수의 안면을 강력한 발차기로 가격했고, 그 상대선수는 곧 링 바닥에 쓰러졌는데, 얼핏 봐서도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이 확실했다. k와 사범은 기뻐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링을 내려간다. 김경만,<담론과 해방> 서문에서

 
   

 

 1. k가 이종격투기에 투신하게 된 동기에 관한 서술에서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에 얼마나 무관심하며, 심지어는 얼마나 차별적인가? k가 이종격투기에 투신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결국 사회구조가, 그리고 그런 사회구조를 당연시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모'가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2. 필자는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버린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관중의 반이상이 '여자'였다고 적었다. ..여성은 사회에서 '용인'된 역할과 감정표현에 순응해야만 하는가?

3. 비판이론가들은 이종격투기를 물화,상징폭력,억압 등과 같은 자신들의 이론적인 언어로 '재묘사'함으로써 당연시해온 일련의 행위들과 그에 부과돼온 사회적 의미를 변화시키려고 하는데... ... '...'즐기는 관중'은 어떤 근거로 비판받아야 하는가?

4. 이종격투기를 즐기던 관중이 이론비판가에 의해서 깰 수 있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자신에 대한 합리적 통제를 회복하게 된다면, 해방된 상태와 해방되지 않은 상태에 대한 비교로부터 사람들이 더 나아졌다는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해방'되기 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더 선호하고, 문화논리의 희생물로 남아 있길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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