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적 감정

 

 

  믿고 찾는 저자의 책이 나왔다. 급속한 행보에 놀라기도 했는데 말미, 일련의 지적 흐름를 조율하던 출판기획자의 죽음이 있었던 셈이다. 감정의 격동 3부작, 칸트가 선험성을 기반으로 이성의 역작을 만들었다면, 저자는 감정의 코드로 재구축하고 싶어했고 천여쪽이 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 이후에도 분노, 혐오, 수치심 관련 저작들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책의 모두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으로 시작한다. 남성-이성-적대의 틀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감정-배려의 연주로 풀어나가는 전형의 시도로 모차르트의 작품을 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텍스트에 가까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민종교, 인간종교. 공적감정을 갖는 시민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꼼꼼이 짚어내고 있다. 그리고 남성-이성의 학문이 놓쳤던 여러 틀을 수선해내고 감정의 새끈으로 보수해서 튼튼한 동아줄을 만들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이론적 검토로 인간을 초월하고자 하는 감정도 유아적인 발상에 다름아님을 동물과 인간의 감정의 대유에서 찾아내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펀홈, 당신엄마 맞아의 저자가 유아기의 애착과 과정을 다룬 도널드 위니캇의 연구에 많은 근거를 대고 있기도 하다. 시적 정의에서 시가 갖는 힘이 어떠한 것인지 미적 결정이 얼마나 다양한 시각을 확보하며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지 말한다. 이 책에서도 비극과 희극, 그것이 공적감정을 위해 얼마나 절실할 것인지 잘 밝혀내고 있기도 하다.

 

 

 

 

 

 

 

 

 

 

 

2. 잡초 생태학

 

 

  저자의 책들을 동시에 보고 있다. 겹치기도 하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약자들의 모습들이 감탄스럽게도 하다. 가늘고 길게, 추울 때 더 열심히... ...주류의 이야기가 아니라 간간히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들. 그 방편의 진실의 방편이자 삶의 지혜라는 것. 새삼스럽지만 묶어서 분류하고 나누는 것이 때로는 좋지 않은 습관이란 것을, 세세히 살펴보고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하는 것이 훨씬 풍요롭게 볼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을 풀들은 하나하나 말하고 있다.

 

 

 

 

 

 

 

 

 

 

 

 

 

 

 

3. 미셸 투르니에

  이 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116개의 닮음과 다름의 상상력. 상하 위아래 존재 비존재 신무신의 고립된 반대개념이 아니라 여기서 언급하는 반대 개념은 상반된 대립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그는 신과 악마, 존재와 무, 선험과 경험, 포크와 스푼, 황소와 말, 시와 산문 등등 그는 산문의 묘미를 그가 이루지 못한 철학교수의 꿈이 곳곳에 스며있기도 하다. 벽으로 가득차 어쩌지 못하는 지금의 산과 같은 대립을 곁에 다른 개념들을 슬며시 집어넣으면서 풍부해지고 오묘해진다. 읽다보면 어느새 설득당하고 마는 마술의 힘과 같은 책이다. 어쩌면 우리의 사고습관과 행태가 극도로 단순해져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철학을 알아야만 하는 어떤 것으로 접근하기보다 삶의 여러 결을 느끼는 척도로 고민해보고 싶다면 어김없이 추천해주고 싶기도 하다. 

 

돈후안과 카사노바. 그는 이 짧은 산문에서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 대본 작성시 돈후안이 아니라 카사노바의 창작을 염두에 두었다고 흘린다.

 

 

 

 

 

 

 

 

 

 

 

 

 

4. 화영시경, 돈후안

 

 

 

 화영시경, 시와 그림글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독특한 장르의 책이다. 수필가인 저자는 시각이 불편한 분들을 함께 주석까지 읽는 음성도서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시고 영화도 같이 보기도 한다. 투르니에에서 점자책의 관능미대목이 나와 실제도 그런가 되물어봤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에 가까운 현실에 근거하지 않는 묘사라고 했다.

 

 서남유럽사에서는 돈후안이 자주 언급된다. 선을 넘나드는 그의 삶은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지금여기를 너머서는 장치로서 드나들기도 한다. 그것은 지금여기의 삶이 늘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기 때문일 것이다. 까뮈도 그의 작품에서 돈후안이란 인물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의 삶은 외줄을 타려고도 하지 않고 올라서지도 않으려한다. 하물며 떨어지면 또 올라갈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해보려는 상상력 조차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맴맴 도는 이상 예술가들이 그러한 것처럼 작가들은 여전히 변주하려 들 것이다. 삶과 사회가 바뀌는 것과 크게 상관?없이 그럴 지도 모른다. 우리는 작품 속에서 무엇을 찾는가? 찾아낸 것들은 어떻게 섞이는가? 섞인 것은 우리 일상의 온도를 올릴 수 있는가? 더구나 우리의 삶의 농도는 스미며 다르게 필 수 있을까?

 

 

 

 

 

 

 

 

 

 

 

 

5. 이원재, 존 러스킨

  임금이라는 것은 일을해야 받는다는 생각이 적절한가? 드로잉과 건축, 사회 사상가인 존 러스킨은 경제에서 훌륭한 저작을 남겨놓았다. 제목처럼 일을 종료한 시점부근에 와서 일한 사람에게 똑같은 일당을 주는 주인에게 하인들은 되묻는다. 합당하지 않다고...당신들에게 합당한 일당을 주었으므로 이것은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억울해 할 일도 아니라고 말이다. 그는 일터를 빗대어 말하면 부자가 이익만 남기려고 하면, 이익을 남길 수 없는 것이 상식이라고 되짚는다.  사람들의 감정과 다른 것을 헤아리지 않으면 그 조직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도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며 경제를 위해서도 기본소득 개념을 말하고 있다한다. 의성의 한 곳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이 일인당 천만원이상의 예산이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지금상황을 여러가지 각도로 되짚어볼 필요가 절실하다. 좋은 텍스트로 추천할 만하다. 나-우리의 평균적인 삶의 경제는 최소한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상위 20%가 1%를 탓하며 자신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입자의 비율이 7.*% 남짓하다고 한다. 우리의 삶은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와 인간을 발라낸 경제, 그 악마의 맷돌을 말하는 칼 폴라니, 러스킨을 적극 번역하여 알린 간디, 미국의 현실을 위의 취지에서 말하고 있는 20 대 80의 사회를 참조할 만하다.

 

 

 

 

 

 

 

 

 

 

 

 

 

 

6. 시민의 물리학 외(유상균, 야마모토 이시타가)

 

 

 

 

 

 

 

 

 

 

 

 

제도밖의 연구, 공부란 무엇일까. 편안하고 쉬운 자리를 탐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분야와 그 외부, 사회와 관계를 이어내는 작업. 본연의 물리학을 도외시 않으면서 삶을 접붙혀 나가는 노력들이 읽힌다. 과학의 탄생은 일본 전공투 의장을 하셨던 분이 연구소를 나와 학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십여년만에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서 발표한 작업 결과물이다. 뉴튼의 만유인력, 중력이 불쑥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연금술, 마술...본원적으로는 자력에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7.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건축과 풍화의 저자 조성룡건축가의 작품인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를 보고 왔다. 여기에 있는 이 책들도 저자 강연에서 언질을 받은 책이다. 건축과 사회사를 읽고, 이어서 이렇게 읽고 보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사람을 이어주고 활기차게 만들 수 있을까? 만들어지는 도시는 대표적인 것이 중세의 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하고 보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획의 요점들이 너무도 단순하고 쉽지만, 어느 새 우리 건축은 정작 중요한 것은 다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말미 책은 우리만의 독특함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한데 미술비평가의 우리 미에 대한 탐구들이 인상깊다 싶다. 좀더 세독을 해야 할 듯싶다.

 

 

8. 유라시아 견문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세계테마기행과 함께 보고 있다. 역사의 여러 지층들을 겹쳐놓아 흥미진진해진다. 더구나 막히는 부분은 그 방면의 권위자와 대담이 섞여있어 흥미롭다. 실크로드와 면화길... ...중국 신장과 위구르까지 찾고 보고 느끼는 맛이 새록새록 재미있다. 물론 이렇게 영상 리터러시는 대전아트시네마 주인장의 코멘트를 들었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상을 담당하는 이들은 가보지 않고도 훤히 아는 놀라움이 중복되었기도 하다.

 

 

 

9.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박홍규)

 

 

 

 

 

 

 

 

 

 

 

 

 

 

 

 

 

 

 

 

 

 

 

 

** 이 달의 베스트

 

 

 

 

 

 

 

 

 

 

 

 

 

 

  모임 가운데 베스트인 책

  <<어머니의 나라>>는 모계사회인 중국 모소족의 이야기이기기도 하고,  돈주앙이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책읽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OBS 취재 영상이 나와있기도 하다. 루구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1-09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20-01-09 19:31   좋아요 0 | URL
아, 감사요. 수정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