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앓지 않아. 제대로 앓지 않아 설 수 없어. 빙빙 빙빙 돌기만 해. 어딘가 텅 빈 가운데란 게 있다면 평행 궤도로 빙빙. 앓지 않아. 넘어서지 못해. 자라지도 못해. 어설프게 앓아 봐야 그저 제자리야. 섬나라에 사춘기라는 게 있다면 그저 넘는게 아닐거야. 언제쯤 한번 그 소용돌이의 중심을 빠져나갔으면 싶어. 빙빙빙빙 도는 게 아니라 칼날의 서슬이 시퍼런 그곳을 쑥 빠져나갔으면 싶어. 화장기 번듯한 제도를 바르는 게 아니라 물기름처럼 나뉜 경제를 앓아. 알아채면서 너머버렸으면 해. 내상과 외상. 감염과 면역. 앓고난 뒤가 아니라 앓는 게 아마 더 나을지도 몰라. 그것도 제대로 앓는 게 말야. 더. 더. 제대로. 스스로 견주어 찔러보는 일이기도 해서. 삶의 견적을 내어보는 일이기도 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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