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代式 橋梁(현대식 교량)

                           김 수 영
  

現代式 橋梁을 건널 때마다 나는 갑자기 懷古主義者가 된다
이것이 얼마나 罪가 많은 다리인줄 모르고
植民地의 昆蟲들이 二四시간을
자기의 다리처럼 건너다닌다
나이어린 사람들은 어째서 이 다리가 부자연스러운지를 모른다
그러니까 이 다리를 건너갈 때마다
나는 나의 心藏을 機械처럼 중지시킨다
(이런 연습을 나는 무수히 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反抗에 있지 않다
저 젊은이들의 나에 대한 사랑에 있다
아니 信用이라고 해도 된다
[선생님 이야기는 二十년 전 이야기이지요]
할 때마다 나는 그들의 나이를 찬찬히
소급해가면서 새로운 여유를 느낀다
새로운 歷史라고 해도 좋다

이런 驚異는 나를 늙게 하는 동시에 젊게 한다
아니 늙게 하지도 젊게 하지도 않는다
이 다리 밑에서 엇갈리는 기차처럼
늙음과 젊음의 분간이 서지 않는다
다리는 이러한 停止의 증인이다
젊음과 늙음이 엇갈리는 순간
그러나 速力과 速力의 停頓 속에서
다리는 사랑을 배운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나는 이제 敵을 兄弟로 만드는 實證을
똑똑하게 천천히 보았으니까!
<1964.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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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5-2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긴이는 후기를 이 시로 시작하며 마무리하고 있다. 식민의 잔재와 경험은 몸과 마음에, 아니 상상력 속에 뿌리깊이 남겨져 있다. [선생님 이야기는 이십년 이야기이지요] 스스로도 이십년은 너무 당연했고, 몸과 마음은 異物感을 느끼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몸과 마음으로, 너무도 당연해 상상력도 도망가지 못하는 신세. 이렇게 서걱거린다. 김수영시인이 이 시를 쓴 지 10여일 뒤에 제가 태어났지만, 여전히 이 시는 가슴을 치는군요. 여러분에겐 현대식 교량이 무엇일런지~. 이 시대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