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글로벌동향브리핑(GTB)』 2007-05-13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웹 디자인은 이제 디자이너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웹 전문가들도 웹 제1기, 즉 텍스트 웹의 시대는 가고 쌍방향 웹의 제2기가 오고 있음을 인지하고,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는 차세대 웹을 설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인터넷의 출발점은 힘들게 주고받던 문서의 공유를 좀 더 쉽게 하자는 측면이었고, 네트워크 대역폭이나 기술적인 문제들로 텍스트 문서를 함께 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웹 이전에는 창의 크기나 글자의 크기, 글자꼴 등 웹의 기본 구성 요소들도 이러한 목적에 어울리도록 최적화되어 있었으며, 1990년대 중반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처음 등장하면서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웹 사이트들이 텍스트 시대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설계로 일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신문사 웹 사이트는 종이 신문의 웹 버전이며, 미술관 웹 사이트는 작품 사진의 평면적 전시는 식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GTB2004071074, “뉴욕 타임즈를 통해 살펴본 디지털 신문의 현재와 미래“]

현대의 웹 사이트는 종이 인쇄물을 화면에 그대로 비추는 단계를 넘어서, 웹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사용자와 사이트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웹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가 엿보인다. 예를 들어 검색어를 키보드로 자판에서 쳐 넣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구글의 놀라운 성공은 풀다운 메뉴나 대화 상자로 대표되던 구세대 인터페이스의 몰락을 상징하기도 한다. MS사는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우 비스타에 키워드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추가해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GTB2007010973, “윈도우 비스타의 인터페이스 미리보기”].

웹 인터페이스에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근래 들어 인터페이스 멀티미디어화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는 네트워크 대역폭의 확장과 하드웨어 가격의 하락이 불러온 추세 중 하나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아이팟을 위한 음성 인터페이스 개발 소식은 이러한 경향을 극명히 보여준다[테크놀로지 리뷰, “아이팟의 음성 메뉴”, http://www.technologyreview.com/Infotech/18703/]. 어찌 보면 흔한 자동 응답 전화의 인터페이스와도 유사한 것이 청각 인터페이스지만, 휴대용 기기에 본격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차세대 웹 설계의 실마리를 알 수 있는 흐름으로, 전문가들은 헬리오(http://www.helio.com/)에서 최근 출시한 오션이라는 첨단 이동형 기기를 꼽고 있다. 오션은 북미와 유럽 지역의 직장인들을 대거 소비자로 끌어들인 블랙베리보다 한 단계 더 고급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기기이다. 오션은 문자 및 영상 메시지를 주고받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최첨단 전화기를 표방하고 있는데, 기기의 기능은 물론이지만 설계에 많은 공을 들여 편리한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강조하고 있다[테크놀로지 리뷰, “새 이동형 기기의 영혼”, http://www.technologyreview.com/Infotech/18647/]. 오션의 예에서 보듯이 단순한 텍스트 전달과는 다른 멀티미디어를 통한 교류가 강조될수록, 앞으로의 웹에서도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사용자와의 대화 방식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감각적으로 발전하는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는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 노인 등에게 텍스트 시대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걸림돌이 되는 동시에,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장애인용 도우미 인터페이스의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IBM이 개발한 시각 장애인용 웹 브라우저나 영국의 웨비(WebbIE, http://www.webbie.org.uk/)가 장애인의 멀티미디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의 대표적인 예이다 [GTB2007040001, “IBM의 시각장애인용 웹 브라우저”].

쌍방향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의 등장과 관련하여 앞으로 가장 주목할만한 흐름은, 역시 초기 웹의 근간을 형성해온 HTML 기반 웹의 퇴조이다. 아직 HTML은 웹 설계의 기초이기는 하지만, 차츰 플래시나 WPF(Windows Presentation Foundation, http://wpf.netfx3.com/)처럼 더 폭넓은 융통성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플래시의 성쇠는 온라인 광고와 관련이 깊다.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광고를 제작하고자 할 때 HTML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플래시는 제작자가 마음껏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텍스트만큼의 자유로운 제어권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도 차츰 극복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진정한 디지털 신문”으로 평가 받는 뉴욕 타임즈 리더(http://firstlook.nytimes.com/index.php?cat=4)는, 플래시나 WPF로 구성된 사이트 전체를 내려 받아 사용자의 제어 아래서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이다[테크놀로지 리뷰, “뉴욕타임즈, 종이 신문을 웹에 구현하다”, http://www.technologyreview.com/read_article.aspx?id=16760].

이처럼 근래의 웹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몇 가지 특성들을 살펴보면 양 축을 이루는 추세는 크게 쌍방향성, 멀티미디어 지원 기능과 `탈 HTML`의 세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이는 데스크톱 프로그램보다는 웹 응용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가는 소프트웨어 차원의 현황과 맞물려 사용자와 편안히 대화할 수 있는 웹 인터페이스의 설계가 점점 중요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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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5-1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