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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asbestos)은 산화규소에 마그네슘, 칼슘, 철, 나트륨 등의 금속이 결합된 광물로, 단열성, 내화성, 전기절연성, 내산성, 내마모성이 뛰어난데다 가공하기도 쉽고 저렴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석면은 건축자재, 방화재, 브레이크 라이닝, 석면 슬레이트, 내장재, 배관단열재 등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미세한 섬유상(fiber)의 석면은 인체 흡입 시 폐에 흡착되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진폐, 중피종 등은 석면 노출(exposure)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석면으로 인한 피해는 세계적인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찍부터 석면을 사용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해마다 3000여명이 죽어간다는 보고가 나올 정도다. 프랑스는 1978년부터 공공건물의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나 과거에 지어진 대형 건물의 벽과 천정 등에 포함된 석면의 처리로 고심 중이다. 미국에서는 석면으로 연간 4000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석면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2003년 한 해에만 10만 건에 이른다. 미국은 1985년부터 석면의 사용을 금지했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석면 노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화재로 붕괴된 차고 지붕(roof of a garage)에서 검출된 석면이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Parkstone 지역에 위치한 수십 채의 상가와 가구가 60명 이상 투입된 소방대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10일 오후 대 화재로 전소됐다. 경찰은 해당 지역을 차단했다.
석면의 농도는 영국 보건국(Health Protection Agency)이 권고한 최소의 건강 위험을 초래하는 수준이지만, 소방대원들은 차고 지붕에 포함된 물질에서 석면의 노출을 의심했다.
보건국은 주민들에게 희끄무레한 물체 또는 작은 조각이 발견되면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면으로 의심이 되는 물질이나 조각은 만지지 말고 깨뜨리거나 분쇄하지 않아야 석면의 노출을 피할 수 있다고 보건국 대변인은 전했다. 보건국은 석면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가라앉으면 창문과 문을 닫고 장갑을 끼고 빗자루나 진공청소기 대신 걸레를 이용하여 창틀에 있는 먼지나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석면을 제거하는 데 이용된 옷과 장갑은 비닐 봉투에 넣어 밀봉하여 밖에 내놓아야 한다고 보건국은 권고했다.
보건학에는 “생존자의 오류”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평생 담배를 피워도 장수하거나 석면 공장에서 수 십 년을 일을 해도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 흡연과 석면 등의 피해가 없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서 규제로 인해 석면 가격이 하락한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되어 사용해오다 90년대 말부터 사용이 감소했다. 석면의 노출은 긴 잠복기로 인해 그 피해의 심각성이 간과되기 쉽다.
현재 석면의 규제는 산업장에 국한되고 있다. 물론 석면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노출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석면 노출을 예측할 수 있는 석면 작업장은 예방 조치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 석면 노출에 대하여 취약성을 보이고 있는 농촌 지역과 건축의 재보수 단지, 다수의 대중이 이용하는 지하철 등은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2007년 2월 일본 토호쿠대학 소속 연구진과 재단 법인 마에타 테크놀로지 리서치 펀드는 염료를 사용해 제품 중에 포함된 석면을 선택적으로 염색해 단시간에 석면을 손쉽게 검출할 수 있는 현장 검출 기술을 개발했다(GTB2007020300). 이 방법은 석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백석면을 검출하는 것이다. 만약 이 기술이 건축의 재 보수를 수행할 때 적용된다면 석면의 비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기능성을 선보였던 마법의 광물 석면은 사용이 중단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죽음의 물질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은 보다 합리적인 석면의 규제 방안과 제거 및 처리 방안을 마련하여 예방 가능한 재앙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 석면을 대체할 수 있는 비유해성 재료를 찾아내고, 석면을 감별할 수 있는 기술의 고안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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