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인류 보건과 축산물 생산성에 이바지해왔던 항생제가 내성을 발달시킨 세균들로 인해 그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바로 엔로푸록사신(Enrofloxacin)의 경우가 인간이 약리학 분야에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농가에서는 열악한 사육환경 속에서 지내는 가축들의 건강을 유지하고자 항생제를 복용시키고 있다. 문제는 항생제가 과다투여된 가축을 우리가 섭취하고 그것이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식품산업에서 항생제 사용이 인체 병원균들의 약제 저항성의 증대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는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는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이러한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에 이어 유럽연합은 식품 산업에서 성장 촉진제로서 항생제의 사용을 금지하였고, 식품 기원 병원균들과 표지 생물들의 세균 내성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비슷하게 미 식약청도 식품용 동물 생산에 사용되는 약제 승인에 이러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일부 항생제들의 사용금지도 강화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축용 항생제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세균들의 내성을 막아낼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한 연구팀은 가금류 농장에서 우리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 요인인 항생제 내성균들의 비율을 항생제 사용 금지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왜냐하면,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농장에서 사육된 닭들, 심지어 실험실 수준에서 사육한 개체들에서조차도 일반 항생제들에 대한 높은 수준의 내성 세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이라는 문제가 우리가 섭취하는 조류들에 적용한 항생제들의 사용에서 비롯되지 않을수도 있고, 더 나아가 농장에서의 항생제 사용 금지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므로 뭔가 또 다른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연구자들 은 강조했다.
이 연구팀은 실험과정에서 미리 병증을 일으키지 않는 정상적인 대장균들의 항생제 내성 수준과 항생제 내성 캄필로박터(Campylobacter) 박테리아, 설사의 일반적 식중독 원인균들의 내성수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실 환경에서 사육한 개체들조차도 항생제를 사용한 농장의 개체들에 필적할만한 내성수준을 보였다. 심지어 그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여전히 항생제 내성에 대한 안전 수준보다는 상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일반적으로 가금류에는 적용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일반 항생제인 스트렙토마이신에 대해서도 내성이 발견된 것이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동물 치료 및 성장 촉진용 항생제들의 장기적인 사용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그람 음성균(Gram Negative Bacillus)의 약제저항성이 나타났는데, 농장에 흔한 세균들이 병원성 세균들에 항생제 내성유전자들을 전파할 수 있는 일종의 보균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정은 기존 연구를 통해 양계장의 세균 군집에서 높은 수준의저항성 우성인자들의 존재로 알 수 있었다. 세균은 대부분 수평 전이를 통해 저항성 유전자들을 획득하기 때문에 플라스미드(Plasmid)와 트랜스포존(Transposon)과 같은 접합적 유전인자들이 다양한 미생물들에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전파하는 매개자들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연구진은 항생제 내성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내성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의 수직적 전이, 즉 부모에게서 자식으로의 전이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 말해서 가금류가 농장에 들어올 때, 이미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품고 도입된다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상대적으로 쉽게 유전자들을 교체하는데, 문제는 가금류에 감염되는 박테리아로부터 약제 내성 유전자가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성 유전자들로 인해 인류의 박테리아성 질병을 치료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대장균은 가금류의 봉와직염, 패혈증 그리고 기낭염의 주요한 원인균으로 육계(肉鷄)에서 가장 중요한 세균성 병원균이다. 테트라마이신과 스트렙토마이신과 같은 몇 가지 항생제들이 이들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효과가 우수한 이들 항생제는 가격이 비싸거나 내성 발달 덕분에 효과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가금 산업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미 농업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한다(
http://www.nass.usda.gov/Census_of_Agriculture/index.asp). 닭 수요는 1950년에 1백만 파운드에서 50여 년이 지난 2000년에는 4백만 파운드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봉와직염과 기낭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육계에서만 2002년에 8천만 달러 이상에 달했다(
http://usda.mannlib.cornell.edu/reports/nassr/poultry/ppy-bb). 국내 동물약품 시장 규모는2006년 3천9백84억 원 정도이다. 따라서 기존 항생제들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 직접적으로 제약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상당히 더 복잡할 수 있어서 이와 같은 결과가 농장수준에서 항생제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그다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즉, 동물 환경 내에 존재하는 세균 군집들의 생태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통해 획득한 정보가 앞으로 항생제 저항성 문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약제 저항성 유전자들의 밀도와 대장균의풍부도에 영향을 주는 농민들의 생산 방법이 항생제 저항성 전파에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이 가축 항생제 내성에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 보건에 관한 법안들을 입안할 때는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