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시중이에요^^






진배의 축하시
나는 그림자가 잘 생겼습니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며 가로등 아래를 걸어가면 내 그림자가 켜집니다
내그림자는 당신을 닮았군요
내 그림자는 염주나무의 키와 바람의 목소리를 가졌군요
당신의 머릿결이 푸른 색으로 변해갈 때 내 그림자의 머릿결이 푸른 색으로 변해갑니다
빛은 왜 나를 통과하지 못할까요
사람도 시간도 나를 부르는 목소리보다 빠르게 나를 통과해 가는데 말이에요
비를 맞는 가로등 불빛이 내 얼굴에 젖어들 때
몸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요
빛이 몸 안 누군가의 테두리에 걸려 통과하지 못하는 소리
그 소리를 쫓아
가로등을 우산처럼 쓰고 밤의 끝까지 걸어가고싶어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그림자는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닮는다, 합니다
그래요, 나는 그림자가 잘 생겼습니다
나는 연애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애인들은 내 그림자를 사랑합니다
저녁이 와도 돌아갈 집이 없는 나의 애인들이 가로등이 켜지길 기다랍니다
지난 밤에는 발밑 그림자를 걸을 때마다 잘박잘박 젖은 소리가 났습니다
당신 울었습니까
그런 날에는 그림자의 이마를 짚어주고 싶어 내 이마를 짚어줍니다
그런 날에는 나는 그림자를 안아주고 싶어 벽 쪽으로 걸어갑니다
벽 쪽으로 걸어가면 벽을 짚고 일어서는 그림자
나는 벽을 끌어안습니다
아무리 끌어안아도 가슴이 텅- 빈 듯해 더 꼭 끌어안습니다
끌어안을수록 내가 나를 끌어안은 듯 합니다